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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가 DJ들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은 위험해
글: Sirin Kale 일러스트: Lawrence Abbott | 2018-02-22
HAAi가 언제부터 뜨기 시작했는지 알려면 그녀가 마지 고장난 믹서처럼 걷잡을 수 없이 쇄도하는 악플을 받기 시작한 때를 보면 된다. HAAi—본명 Teneil Throssell—는 2017년 8월에 Boiler Room에서 공연한 후 수많은 DM을 받기 시작했다.

“온라인상에서 내 Boiler Room 셋을 아주 물고 씹고 뜯는 어떤 사람이 있었어. 전혀 생산적이지도 않고 뭔가 진지한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어. 그냥 순수하게 상대방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들이었어.”

요즘 DJ들과 프로듀서들에게 소셜미디어는 그들의 일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고,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고, 자기 PR을 할 수 있고, 레이블들과 연계할 수 있고, 온라인 브랜드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셜미디어는 특히 해외 활동을 자주하는 DJ들에게는 더더욱 뒷받침이 되는 강력한 대중화의 힘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두운 단면도 존재한다.

투어를 하는 DJ는 약물과 밤샘, 고립, 쉴새 없는 여행 등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낸다. 본지에서 이미 다뤘듯 이것이 DJ들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과 불안증세의 요인이라고 할 때 소셜미디어는 곧바로 떠오르는 요소는 아니다. 오늘날 DJ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온라인 활동이 요구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Facebook조차 과도한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정신건강의 위험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게다가 공인에게는 부정적인 정신건강 요소가 복합적일 수 있다.





DJ 겸 프로듀서 Ben Pearce는 이렇게 말한다. “소셜미디어가 위험한 이유는 인생에 하등 쓸모가 없거든. 완전 중독이야. 그리고 소셜미디어에 너무나 밀접한 업계에 있다 보니 정신건강이 그렇게 엉망진창이 되는 게 당연하지.”

버밍엄 태생의 프로듀서 Hannah Wants는 말한다. "나도 소셜미디어에 막대한 영향을 받았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사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악의적인 공격을 하는데 진짜 짜증나더라. 증오와 부정적인 감정을 분출하는 게 한 사람의 몸과 마음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것 같아. 내가 대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까지 진짜 몇 년 동안이나 연습하고, 읽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어."





2016년에 Pearce가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투어를 쉬겠다고 선언한 페이스북 게시글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아티스트의 정신건강에 대체로 해롭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휴식기를 가지겠다고 페이스북 글을 올렸을 때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지 전혀 몰랐어. 그냥 내 팬들한테만 하는 말이었거든. 그런데 1천8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으니까 약간 쫄리더라고. 99.9%는 나를 응원해주는 메시지였지만 말이야.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오니까 좋더라.”

하지만 정신건강의 문제를 겪고 있을 경우 소셜미디어가 무능감과 불안감을 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커리어를 한참 쌓아가고 있을 때 믹스가 생각보다 인기가 없거나 게시물이 무반응이면 참담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테크노 아티스트 Rebekah는 말한다. “좋아요 수, 댓글의 내용, 다른 DJ들과 어떻게 비교되는 지에 따라 자기 자신의 가치를 확립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몰라. 그런데 이런 자기집착과 불안이 진짜 안 좋은 거거든. 진짜 중요한 건 음악이고,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퀄리티고, 세상에 무엇을 탄생시키고 있느냐인 건데 그걸 못 보게 만들어버려.”

이스라엘의 레이블 Disco Halal의 Moscoman은 말한다.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인터넷에서 좋아요와 인정을 받겠다고 애를 쓰느라 진짜 죽을 맛이었어. 사진과 게시물마다 긍정적인 반응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자기 성공을 판가름하려니 죽을 맛일 수밖에.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데 말이야.”

특히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비교는 정말 위험할 수 있다. Pearce는 말한다. “언제나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굴레에 빠질 수 있어. 누가 전문성에 있어서는 나랑 비슷한데 팔로워 수가 나보다 훨씬 많다고 쳐봐. 머릿속에는 왜?라는 질문이 떠나질 않을 거야.” 그럴 때는 소셜미디어의 90%가 실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누가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을 봤다고 해보자. 예전에 찍어놨던 사진을 올리고선 정작 본인은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고 있을 수도 있는 거거든.”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그저 인식되는 생각인지 균형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는 동성애혐오와 몸매품평, 여성혐오로 무장한 악플러들의 타깃이 되는 이들에게는 특히 더 파괴적이다. 이쪽 업계의 여성들과 소수집단은 댄스뮤직 내의 학대를 감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다수가 온라인상에서 발생한다. 누구나 24시간 소셜미디어에 접속할 수 있는 요즘, DJ들은 그들에 대해 올라오는 그 모든 말도 안 되는 댓글들과 심지어는 DM들을 반드시 보게 되어 있다. Resident Advisor가 2017년에 DJ 투표를 없앤 뒤, The Black Madonna는 YouTube에 댓글란을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진짜 해로워. 내가 진심 이것 때문에 상담치료까지 받았다니까. 무슨 삽으로 한 대 맞는 것 같아.”





글래스고 태생의 Maya Medvesek a.k.a. Nightwave는 2016년에 파리에서 Boiler Room 공연을 했다. 한 악플러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누굴 빨아줘도 진짜 잘 빨아준 듯.” 또 이런 반응도 있었다. “침대에서만은 저거보다 잘해야 할텐데.” Boiler Room은 트위터에 해당 악플들을 신고했고 챗룸 내 편협적인 댓글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들은 “장르나 기술에 대한 비방은 비록 구차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예사입니다. 여성혐오, 트랜스포비아, 인종차별을 비롯한 그 어떤 인신공격은 10000% 용납할 수 없습니다.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Medvsek는 악플 때문에 무대 전 공황발작이 오기 시작해서 거의 음악을 관둬야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았어. 정신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어. 불안과 우울증이 왔고, 내 일과 사생활도 영향을 받았어. 상담치료를 많이 받았지만 결국에는 Boiler Room 사건을 겪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덕분에 좀 더 내적이고 정서적이고 정신적으로 집중해야만 했거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그녀는 예의를 지키는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DJ들이 여기에 동의한다. Medvesek은 말한다. “건설적인 피드백은 문제될 게 전혀 없지.” Pearce도 동의한다. “나도 사람들 생각은 듣고 싶어. 좋은 말만 듣다 보면 그것도 문제가 되거든. 특히 창의적인 작품을 하려면 말이야.”

하지만 건설적인 평가와 악평은 매우 다르다. Throssell은 설명한다. “가끔은 속이 조금 쓰릴 때도 있어. 한편으로 왜 날 안 좋아하는 거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밤에 잠 못 이루고 그러지는 않아.”





오늘날 누구나 자기도 디제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Throssell은 말한다. “사람들은 DJ들을 평가할 때 유독 시끄러워. 누가 인터넷에서 잘하기 시작하면 거기에 꼭 악플이 달려. 조금이라도 끌어내려야 직성이 풀리나 봐.”

자기라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걸 인터넷으로 굳이 말해야겠다는 모든 베드룸 DJ들이 알아둬야 할 사실은 아티스트들도 피땀 흘려 성공을 거두고 있고, 또 악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Medvesek은 말한다. “내 믹스가 형편 없을때는 당연히 나도 알아. 밤에 곰곰이 생각하면서 자책한다고. 그런데 니들이 그걸 일일이 분석해서 나보고 죽으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거야.”

어떤 아티스트들은 인터넷 악플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미봉책을 쓰기도 한다. Your Green Room의 Clare Scivier는 커리어의 초기단계를 밟고 있는 신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한다. 그녀는 그들에게 대외용 이미지를 위한 아바타를 만들어서 인터넷에 공유하는 개인정보를 제한하도록 권한다.

Scivier는 말한다. “대외용 이미지를 만들면 사적인 부분에 악플이 달리는 일을 좀 더 예방할 수 있고 상황에 좀 더 초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돼요.” 아바타를 만들면 소셜미디어 관리자가 대신 계정을 관리하면서 아티스트는 악플로부터 격리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에 대해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 소셜미디어가 이 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면 아티스트들에게 소셜미디어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극단적인 의견이 용납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들은 적절한 코멘트에 빠르게 반응하는 등 좀 더 포용적이고 배려심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 때까지는 Rebekah처럼 해보는 건 어떨까?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의사들이 진단서를 때려버려야 돼! 한 번은 비행기에 폰을 두고 내려서 주말 내내 폰 없이 살았던 적이 있거든. 내가 그때 얼마나 나 자신으로 충만했는지 정말 환상적이고 압도적일 정도였어. 아주 폰 때문에 우리 정신이 꽉 막힌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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