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DJ/프로듀서 DJ POOL이 AT AREA 레이블에서 첫 EP [GOTTA GO]를 발매했다. “내 역할은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그 순간을 즐기게 만드는 것.” 이번 앨범은 10여 년간 서울의 클럽씬에서 활동하며 얻은 확신을 담은 5개의 수록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브라질리언 바일레펑크, 브레이크비트, 일렉트로닉 등 댄스플로어를 달구는데 특화된 음악들로 엮은 이번 EP에는 “모두가 춤추는 순간, 그게 음악의 본질”이라는 DJ POOL 의 철학이 담겨 있다.
Q. 첫 번째 EP [GOTTA GO]의 발매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첫 EP를 세상에 내놓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감사합니다, 믹스맥! 몇 주 전 까지만 해도 아쉬운 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만 발매가 다가오면서부터는 저 스스로도 트랙들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제 머릿속에 있던 걸 나누게 되어서 기쁜 마음입니다.

Q. “내 역할은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그 순간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라는 확신에 대해 독자들에게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세요.
DJ로서 활동해오면서 “나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다른 DJ들과 차별화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제가 더 많은 음악을 알아야 하고, 더 많은 기술을 익혀야 하고,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걸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니 갑자기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었죠. 분명히 좋아서 시작한 일을 “차별화”라는 것에 집착하면서부터 점점 부담이 되고, 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걸 하는 목적이 뭘까? 그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나는 좋은 DJ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지점에서 생각해보니 제가 고민했던 더 깊고 넓은 음악의 폭, 기술적 이해, 그리고 창의적인 방식까지 모두 다 최종 목적은 엔터테인(Entertain)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과학자처럼 연구에 몰두할 필요도 선생님처럼 가르칠 필요도 없었던 거죠. DJ라는 존재의 의미 자체가 “사람들이 경험하는 즐거운 시간”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기술, 창의성, 음악적 깊이가 물론 필요하지만 목적 그 이상으로 집착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느꼈어요.

Q. 댄스플로어를 겨냥한 앨범이지만 포온더플로어 종류의 리듬이 아니라 힙합, 브라질리언 바일레펑크, 브레이크비트 종류의 리듬을 선택했습니다. 이번 앨범의 드럼이나 리듬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2020년 이후로 서울의 댄스플로어 트렌드가 포온더플로어 리듬의 장르 갈래를 따르고 있는 건 명실상부한 사실인 것 같아요. 다만 제 개인적 견해로는, 킥드럼은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은 악기라서 상황에 따라 일정한 리듬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려면 더 많은 배리에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부분에서 질문에 언급된 힙합, 펑크 카리오카, 브레이크 비트, 마이애미 베이스에 대한 제 애정이 도드라지게 표현되며 지금의 [GOTTA GO] 에서 표현된 리듬을 채택하게 되었어요.

Q. 혼이나 브라스 류의 악기 혹은 그것의 소리를 모방한 신디사이징이 굉장히 매력적인 앨범입니다. 드럼 비트 이외에 DJ POOL이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요?
1990년대 말 - 2000년대 초 브라질의 느낌을 2025년의 방식으로 재해석 하는 데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믹스, 마스터링 과정에서도 일반적인 방식보다는 오히려 “퀄리티가 떨어진다”라고 말할 수도 있는 방법을 요구하기도 했고 러프하면서도 춤을 추게 되고 외설적인 가사가 적나라하게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Q. DJ로 음악을 플레이할 때, 프로듀서로 음악을 만들 때, 프로모터로 파티를 기획할 때 각각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이건 제가 먼저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는데 저는 제 자신을 두 가지로 생각해요. DJ POOL, 그리고 DJ POOL과 제일 가까운 매니저. 세 가지 상황에 따라 페르소나가 바뀐다기보다는 말씀해주신 상황 모두에서 이 두 페르소나가 생각을 반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그 가상의 매니저의 입장으로 말씀드리자면 우선적인 생각은 항상 “차별화” 예요. DJ는 그냥 번쩍거리는 기계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라 너무 기다려지고 보고싶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DJ POOL 본인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시간, 그것뿐인 것 같아요. 음악을 플레이할 때도, 음악을 만들 때도, 파티를 만들 때도 그냥 다 잊어버리고 모든것에서 탈출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음악을 잘 몰라도, 문화를 잘 몰라도 그저 몸이 움직이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DJ POOL의 마음일 것 같아요.
Q. GONEISBACK, Mc Buret, DJ CO.KR, BLASÉ, AKA AFK 등의 협업진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이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재미있었던 일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BURET은 이미 브라질에서 인정받고 있는 MC인데 정말 속전속결로 제일 마지막에 피처링진으로 함께 하게 됐어요. 정말 우연히 영상을 하나 보게 됐는데 BURET의 새 싱글 홍보 영상이었고 그냥 무슨 자신감인지 “나 한국 디제이인데 너 이 곡에 피처링 할래?” 한마디로 성사가 됐고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페이스타임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작업했답니다. BURET은 포르투갈어로 소통했고 저는 영어로 소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덕분에 챗 지피티로 포르투갈어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답니다.
Q.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겨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신 믹스맥 독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모르고 계셨다면 이 인터뷰를 통해 DJ POOL이라는 사람과 그의 음악에 대해 알아주시길 바라고 앞으로도 “GOTTA GO” 이름 따라서 가야 할 길을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재밌고 멋진 음악을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