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프로듀서 듀오 `그루비룸`의 규정이 새 이름 아이온(IÖN)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온(IÖN) 이름으로 발매한 첫 번째 앨범 [CÖURAGE]는 전자음악 뮤지션으로서 내딛는 첫 걸음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용기가 담긴 작업물입니다. Mixmag Korea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자음악 뮤지션 아이온의 정체성과 그가 전자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기록했습니다.
Q.
아이온으로서 발매한 첫 앨범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만든 앨범이 세상에 나온 기분은 어떤가요?
정말 자유로운 느낌이에요. 그 동안은 항상 ‘이 곡이 대중에게 어떻게 들릴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는데, 이번에는 온전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담았어요. 그래서 이 앨범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일종의 해방이었던 것 같아요. 내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낼 수 있다는 게,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도 큰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Q.
기존의 프로덕션 방식과 전자음악을 제작할 때의 프로덕션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루비룸으로 활동할 때는 두 명의 의견을 조율하며 음악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항상 공동작업으로 이뤄졌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도 팀의 색깔과 맞지 않으면 시도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죠. 또,
힙합 프로듀서로서 많은 곡을 만들었지만, 그 곡이 완성되려면 그 곡을 소화해 줄 아티스트가 필요했어요. 그 과정에서 결국 빛을 보지 못한 채 무덤으로 간 곡들도 정말 많았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아티스트의 성향과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다 보니 프로듀서로서의 자유가 제한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요즘은 트렌디한 음악 프로덕션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이 더 주목받는 시대예요. 비트메이킹도 예전만큼의 힘을 잃었고, 이제는 유튜브에 무수히 많은 타입비트가 있고, 스플라이스나 샘플 공유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음악을 시작할 수 있어요.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비트메이킹만으로는 경쟁력을 찾기 어려워졌죠. 예전의 프로듀서들이 프론트에서 아티스트 성향으로 활약했다면, 지금은 디렉터 성향의 프로듀서가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반면,
아이온으로서 전자음악을 만들 때는 저 혼자 송 스타터부터 사운드 디자인, 멜로디 메이킹, 믹싱까지 모두 진행하게 됐어요. 온전히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욱 재미있었어요. 특히 이번 [CÖURAGE] 앨범에서는 메시지와 멜로디를 먼저 스케치한 후 사운드 디자인에 들어갔어요. 이렇게 진정성에 기반한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제게 큰 만족을 줬고,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표현하게 되었어요.
Q.
그루비룸으로 활동하며 쌓아온 프로듀서 경력이 아이온의 전자음악 제작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유롭게 이야기 해주세요.
그루비룸으로 활동하면서 정말 다양한 장르를 다뤄볼 기회가 많았어요. 힙합과
EDM뿐 아니라 여러 서브 장르를 연구하고 작업해왔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도 여러 장르를 퓨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기본적으로 하우스와 테크노를 중심에 두었지만, 각 트랙에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섞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많은 요소들이 섞여있는데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드는 건 요즘 시대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여러 요소들을 퓨전하는 것으로 새로운 걸 발견하는 시대라고 느끼고 있죠.
또,
믹싱도 전문적이진 않지만 오랜 작업을 통해 경험이 쌓였어요. 수백 곡을 쓰면서 쌓인 감각 덕분에 이제는 기본적인 믹싱 작업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이번 앨범 전체를 믹싱을 하면서 유튜브로 수많은 강의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공부를 했지만요. 이런 경험들이 CÖURAGE 앨범의 구조적인 흐름과 공간감, 리듬과 멜로디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전자음악 제작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기술과 감정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시나요? 혹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쪽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저도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번 앨범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봤어요. 예를 들어, 이번 [CÖURAGE] 앨범의 Starlights와 Fight For Nothing 트랙의 보컬인 Angele Mendez는 사실 제가 직접 노래한 뒤 Voice Conversion 기술을 이용해 여성 보컬로 변환한 결과물이에요. 새로운 보컬 자아를 만들어보는 실험이었는데, 꽤 흥미로웠어요.
또,
곧 공개될 앨범 리릭 비디오는 AI로 생성한 비디오를 사용했어요. 앞으로 AI가 음악과 IP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 공부하고 있어요. AI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대화방까지 만들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해 팔로업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미래의 음악 산업에서 기술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더라도, 인간 아티스트만의 감성과 내러티브는 차별화 포인트로 남을 거라고 믿어요. 결국 감정적인 깊이와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캐릭터는 AI가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더 집중하며 저만의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해요.
Q.
아이온으로서 작업하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