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K.O.P. 32
K.O.P. 32은 트랜스, IDM, 애시드, 딥테크노의 요소를 한데 엮은 미니멀 테크노 사운드 디자인과 감각적인 음악 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DJ/프로듀서 겸 라이브 퍼포머입니다. 을지로에 스튜디오를 두고 로컬 뮤지션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K.O.P. 32는 서울과 전세계의 댄스플로어를 오가며 서울의 전자음악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자극을 불어넣고 있으며 Elektron Analog Rytm, Waldorf Iridium, Roland TB-3 등 직관적이고 강력한 하드웨어 장비를 기반으로 하는 그의 라이브 셋 또한 국내외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ixmag Korea는 이번 인터뷰에서 K.O.P. 32의 프로덕션 기술과 서울에서 활동하며 겪은 전자음악 커뮤니티 경험을 기록했습니다.
Editor: 박민천
Q. 하드웨어 장비를
사용한 당신의 프로덕션이 정말 돋보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하드웨어
장비를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예전에 장비 욕심이 컸습니다. 이제는
장비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사용하지 않는 장비들을 많이 팔아버렸죠. 음악을 쓸
때는 주로 세 가지 장비만 사용합니다:
Elektron Analog Rytm으로 드럼을
만들고, Waldorf Iridium은 Serum의 하드웨어 버전이라 할 수 있는데, 거의 모든
사운드를 커버합니다. 직관적이고 영감을
주는 레이아웃 덕분에 몇 초 만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신스입니다. 마지막으로, Roland TB-3는 TB-303의 현대적인 재해석인데, 완벽한 사운드는
아닐지라도 터치패드 덕분에 독특한 워크플로우로 멜로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장비가 지난 4년간 만든
거의 모든 트랙의 기초를 이루고 있으며, 플러그인을 사용해 프로세싱을 거칩니다.
그 외에도, 영감을 잃었을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주는 다른 장비들이 있습니다. 제 스튜디오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Midas 콘솔인데, 좋은 프리앰프와 EQ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SSL Fusion은 아날로그 느낌을 더하거나 마스터 트랙을 묶는 데 사용되는 중요한 컬러 박스입니다.
Q. 개인 소셜
미디어에서 라이브 잼을 자주 공유합니다. 전자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 해준다면요?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그냥 트랙의
다양한 요소를 작업하면서 휴대폰으로 녹화 버튼을 누르는 것뿐이에요. 때로는 드럼
머신의 파트를 뮤트하거나 신스의 필터를 조정해서 원하는 사운드를 찾습니다.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얻는 즉흥성 덕분에 특히 드럼 파트의 구조를 빠르게 스케치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위에 레이어를 쌓아가면서 세부적인 작업을 다듬는 것이죠.
Q. 최근 발매한 EP `Neom Gallop`은 트랜스, IDM, 애시드, 딥 테크노의
요소가 결합된 힙노틱한 테크노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 레이블에서 지난 몇 년간 제가 만든 트랙들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이 EP는 저의 예술적 비전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저는 그루비하면서도 멜로딕한 요소들을 복잡하게 레이어링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 EP는 젊은 시절에 불법 레이브 파티에서 듣고 싶었던 사운드를 위한 사운드트랙입니다. 딥/미니멀 하우스와 IDM은 항상
제게 큰 영향을 주었지만, 그 당시에
이런 장르의 음악을 듣기란 거의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이번 EP는 그런
영향을 모두 결합해 클럽의 피크 타임에서도, 집에서 듣기에도
적합한 음악을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이는 젊은
레이버들과 경험 많은 리스너들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사운드입니다.
Q. 당신의 킥
디자인은 요즘 자주 사용되고 있는 넓고 강력한 킥 사운드와 차별화된 느낌을 줍니다. 킥 사운드를
레이어링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 접근
방식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요즘은 이 방식을 자주 쓰지 않지만, 처음 2년 동안은 Roland TR-8의 808 킥 드럼만
사용했습니다. 저는 공격적인
킥보다는 딥 테크노를 연상시키는 깊고 서브가 풍부한 킥 사운드를 원했어요. 핵심 요소는
튜닝과 디케이로, 이를 통해
적절한 그루브를 찾고 베이스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킥이 믹스에서
더 두드러지게 만들고 싶을 때는 어택을 조정하고, Midas 콘솔로 EQ를 걸고 약간의 새츄레이션을 더해 색을 입히죠. 간단한 도구로 다양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지금은 샘플을
찾거나 Analog Rytm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킥을 레이어링하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창의적인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서, 저는 빠르게
작업하는 것을 선호해요!
Q. 당신의 음악은
깊은 동굴 속에서 열리는 비밀 레이브 같은 느낌을 줍니다. 어떤 공간과
시간이 당신의 음악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환경보다
중요한 것은 몰입감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사운드 시스템을 가지고 관객 가운데에 자리 잡는 것입니다. 이는 제가
불법 레이브에서 공연했을 때부터 비롯된 방식이에요. 그 시절에는
모니터링이 부족했지만 딜레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많은
라이브 아티스트들이 스피커 앞에서 바로 연주했어요. 댄서들 가운데에서
연주하면 그들의 에너지를 바로 느낄 수 있죠. DJ 부스와 같은
장벽이 없으니 퍼포머와 관객 사이에 친밀한 연결이 생깁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특별한 헤드라이너가 있거나 특정 DJ가 주목받지
않고, 모두가 함께
스피커에서 나오는 강력한 사운드를 공유합니다. 그 순간엔
관객과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퍼포머와 리스너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모두가 하나의 에너지 흐름을 나눠 가지는 것 같아요. 그게 이
경험을 강렬하고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죠.
Q. 당신만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만드는 사운드 디자인 팁을 알려줄 수 있나요?
라이브 세트를 끝내고 나면 사람들이 "이런 사운드는
처음 들어봤다"는 말을
종종 해요. 제가 의도적으로
어떤 시그니처 사운드를 만들려 한 건 아니지만, 그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감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특정한 방법을
따르기보다는 꾸준히 같은 장비를 사용하면서 그들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작업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장비에 익숙해지면, 손가락이 움직이는
모든 것이 의도적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죠. 동시에 반복되는
패턴을 피하려고 항상 새로운 기술과 사운드를 탐구하려고 노력합니다. 20년 넘게
프로듀싱을 해오면서도 계속 배워가고 있어요. 다른 아티스트를
듣거나 특정 사운드를 재현하려고 시도하거나 유튜브 튜토리얼을 보는 등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Q. 라이브 퍼포머, DJ, 프로듀서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신데, 각 역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라이브 퍼포머로 활동하는 것이 가장 스트레스가 크지만, 동시에 가장
보람이 큽니다. 자신의 곡을
실시간으로 리믹스하면서 드럼 머신과 신스를 연주하고, 관객의 에너지를
고려해야 하죠. 엄청난 집중이
필요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아요. 하지만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면 관객과의 연결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져요. 이건 정말
독특한 경험이죠.
DJing은
조금 더 여유롭고 자유로운 경험이에요. 제가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고, 우리가 구축해
나가는 이 장르, 빠르고 깊이
있는 사운드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죠. 프로듀싱은 저에게는
명상 같은 시간입니다. 스튜디오에서 혼자 몰입하고, 시간 감각을
잃은 채 창의적인 흐름에 몸을 맡기죠. 그런 몇
시간의 창작은 저에게 가장 평화로운 순간입니다.
Q. 당신의 스튜디오가
을지로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뮤지션
친구들이 근처에 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자주 교류하시나요?
네, 맞아요! 먼저 Go Dam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그가 이
공간을 찾아줬고, 그도 같은
건물에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었죠. 그는 뛰어난
일렉트로, IDM 프로듀서입니다. 종종 스튜디오 세션 사이에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곤 합니다. Kim Kate라는 프로듀서도 근처에서 비슷한 분위기의 작업을 하고 있어서 자주 만납니다. 또한 Oxymosoon과 그의 파트너 XXOK은 새로운 레이블을 준비하고 있죠. Mosaic과 Clique Records의 운영자들, Antoine과 Curtis는 제가 8년 전에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은
커뮤니티지만 항상 연결되어 있습니다.
Q. 서울의
전자 음악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파리를 떠난 지 거의 20년이 되었고, 그 이후로
몇 번밖에 공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비교하면 서울의 씬이 더 작고 젊습니다. 유럽은 대규모
클럽과 페스티벌이 오랫동안 자리 잡아 왔고, 새로운 클럽을
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반면 서울은
새로운 공간을 열고 실험할 자유가 더 많죠. 최근에 참여한
두 이벤트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가령, Permit은 다양한 전자 음악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로 앰비언트부터 모듈러 테크노, 하드코어 라이브
세트까지 모든 장르의 전자 음악이 함께 어우러졌죠. Carrier가 내한 하면서 열린 작은 규모의 행사에서 Arexibo의 기획이 정말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냈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줄 수 있나요?
계획이 많아요! 우선 제
레이블 `Beyond the Bridge`의 다음 릴리스를 준비 중입니다. Spekki Webu의 더블 12인치 바이닐과 Feral과 제가
리믹스한 곡이 나올 예정입니다. 또한, 그리스 출신 친구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Academeia와 공동 테이프 릴리스를 준비 중입니다. 디지털 레이블도 새로 시작하려고 해요. 한두 달에
한 번씩 디지털 릴리스를 통해 제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있는지 보여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요즘 믹싱과 마스터링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 과정이
정말 즐거워요. 더 많은
사람들과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요. 믹싱, 마스터링, 편곡, 사운드 디자인이
필요한 분들은 언제든 연락 주세요!
Q. 마지막으로 Mixmag Korea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음악과 저의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감을 받고
항상 호기심을 가지세요! 요즘은 나이가
들어 5시에 끝나는
레이브 파티에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