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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승준 (TELEPORT)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텔레포트와 함께 즐거운 도피를 꿈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민천 | 2024-08-13

이승준아티스트들의 니즈, 그리고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영역에 대해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고 결과물을 구현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이자 브랜드 `텔레포트`를 운영하고 있다. `텔레포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 중 하나는 `도피`이다. `도피` 는 수동적인 도피가 아니라 정해진 길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결정내린 삶의 내용을 용감하게 밀고나가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Mixmag Korea는 가장 최근 `도피 2024`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한 `텔레포트`의 이승준과 함께 `텔레포트`,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ditor: 박민천


Q. ‘텔레포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합니다.

‘텔레포트’는 크레이티브 에이전시이자 브랜드에요. 먼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텔레포트’는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의 니즈를 듣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결과물을 구현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로서 ‘텔레포트’는 크리에이티브 영역과 관련된 전략 수립, 기획, 운영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텔레포트’에서는 ‘도피’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어요. ‘도피’는 사회에서 정해준 길로 가야만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도 괜찮다는 뜻이에요. 처음 ‘텔레포트’는 저를 포함 네 명이서 같이 만든 브랜드에요. 4명의 멤버들이 사회가 정해준 길에서 ‘도피’했던 경험이 있어서 ‘도피’라는 말을 브랜드의 핵심 개념으로 가져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어요. 이번에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도 ‘도피 2024’라는 이름을 붙였고 뮤지션들과 함께 각자가 생각하는 ‘도피’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Q. ‘도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볼까요.

‘도피’라고 하면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한데요, 오히려 이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도피’라는 개념을 강조한 면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단어를 긍정적인 메시지로 풀어냈을 때 사람들이 오히려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도피’로 대단한 아이템을 만들어서 팔아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우리가 가려고 하는 길, 그리고 우리가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축하는 쪽에 가까워요.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원래 하던 일에 고착화되는 부분이 있는데 스스로 그 점을 경계하고 있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있어요. 타인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든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이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네가 원하는 길로 이끌어줄라는 얘기니까요.



Q.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나 브랜드로서 맡았던 재밌는 프로젝트들이 있었다면요?

나이키가 카시나라는 편집샵 겸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 적이 있어요. 첫 번째는 덩크라는 모델로 했었고 두 번째는 맥스원으로 했었는데 맥스원으로 했던 두 번째 콜라보 때 원앙을 키워드를 삼기로 했어요. 카시나는 오래된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있는데 잉꼬 부부,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를 담아 원앙을 테마로 삼았어요. 한국을 시작으로 글로벌로 막 나아가는 프로젝트다 보니 한국적인 이야기로 잘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공간은 인사동에 있는 한옥같은 카페를 선정했고 들어가는 프로그램에도 테마에 맞게 파트너사 선정, 기획, 실행, 운영까지 맡은 일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최근에 했던 OPN 내한 공연도 기억에 남아요.아티스트들과 공연 기획사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았어요. 이 공연 포맷은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로 이어지기도 했죠. CIFIKA의 가장 최근 앨범, 밴드 까데호의 앨범, 홀랜드의 싱글 작업에서 A&R과 전반적인 부분들에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Q. 아티스트를 브랜딩하는 일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이승준님이 생각하는 좋은 아티스트 브랜딩은 무엇인가요?

가끔 받는 질문인데 아직도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최근 음악 장르 간의 구분이 흐려져서 시상식에서 장르별로 상을 주는 것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만 큰 틀 안에서는 장르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실리카겔이 록이고 씨피카는 전자 음악인 것처럼 어느 정도 구분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르 구분이 있다면 그 장르가 생겨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흘러온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뮤지션이 어떤 성향인지를 잘 파악해야 하죠. 이 뮤지션이 어떤 콘텐츠에 잘 부합할 수 있을지, 어떤 행보를 보여줘야 트렌드와 부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현 시대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것이죠. 역사성과 시대성을 아티스트의 특성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은 아티스트 브랜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이미지가 과포화된 오늘날의 매체 환경에서 아티스트와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내 것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지는 당연히 고민해야하는 부분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것을 설득하려고 하면 어중간해지고, 거짓말이 되는 거니까요. 오글거리는 말일 수 있지만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온전히 나로서 바로 설 때, 브랜드가 온전히 그 브랜드로서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그 때 가장 설득력이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이 터질지는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숫자가 잘 나오는 콘텐츠 사례를 분석하는 방법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브랜드의 본질, 아티스트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물이 가장 화려한 무엇인가가 되지는 않아도요.

Q. ‘텔레포트’의 포지셔닝이 다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나 브랜드와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면요?

저는 지금 오타쿠 컬쳐에 집중하고 있어요. 동시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오타쿠 컬쳐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오타쿠라는 말에 부정적인 함의가 있는데 그것을 긍정적 의미로 전환해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Q. ‘요즘’ 사람들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개인적인 견해를 여쭤볼 수 있을까요?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그 자극의 층이 단순하지 않은 자극에 열광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외모가 뛰어난 뮤지션을 좋아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흥미를 잃는 것 같습니다. 가령, 뉴진스 멤버들은 외모도 출중하지만 아티스트와 그들의 콘텐츠 안에서 문화적으로 즐길 거리가 굉장히 많아요. 더 높은 커리어로 향해가려면 레이어가 겹겹이 많아야 하는 것 같고 그게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하려고 하고요.



Q.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각화, 다양화 되었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새로운 것들을 알기 어려워지는 때에 이승준님은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일을 하려면 새로운 걸 파악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성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저는 다른 방식으로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다녀왔죠. 그 성향을 바탕으로 레이더망을 넓힐 수 있게 노력해왔어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볼 수 없을 때는 가령, 파트너 유통사인 포크라노스에서 저보다 10살 이상 어린 담당자들에게 요즘 음악 트렌드는 어떤지 물어보는 것이죠. 다른 예시로 DMZ의 이수정 디렉터 같은 경우는 요즘 해외에 누가 주목할 만한지 물어보면 막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 해주세요.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얇게 넓게 공부를 해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어요. 어쩌면 모니터링을 놓치지 않는 점은 일종의 재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디렉터로서의 역량을 날카롭게 만드는 과정이잖아요.

Q. 크레이티브 디렉터를 꿈꾸는 자라나는 재능들에게 유용한 팁을 알려준다면요?

다양한 걸 보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세상이 흘러가는 맥락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너무 중요하고, 눈치를 잘 봐야 하는 부분도 있고, 나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팀이 어떤 것을 원하고 뭘 하고 싶고 어떤 게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조율해서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가야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Q. 최근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이야기를 해볼까요?

제 관점에서 너무 가치 있고 유의미한 음악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을 모았어요.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까데호 김아일, 제이클래프, 추다혜차지스 윤석철, 진수영, 김도언, 씨피카, 웨이드 그리고 힙노시스테라피, 홀랜드입니다. 한미나 페인터도 같이 했고, 포토그래퍼 레스 등 시각적인 부분에 조력해주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모든 콘텐츠가 쌔끈한 떄깔로 만들어지는데 OG 감성을 너무 좋아하는 저로서는 어느 정도 역행한 면도 있어요. 물론 동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재각색을 했습니다.

힙합이 대중들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지고 있는 와중에 밴드 음악이 그 자리를 조금씩 채우고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전자음악이 하나의 장르로서 한국에도 소구될 수 있는 여지들이 생기고 있고 그걸 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두 개의 장르 안에서 다양성을 갖추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Q. 이승준님께서 생각하는 가치 있는 아티스트 혹은 가치 있는 음악 작업물은 어떤 것인가요?

음악사적인 맥락에서 스스로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아티스트, 그리고 동시대와 공명하는 그런 설득력 있는 음악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맥락을 잘 파악하고 있는 아티스트들, 좀 더 오리지널하고 크레이티브한 아티스트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창작 세계에 온전히 심취한 사람들, 과몰입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믿습니다. 텔레포트 또한 긍정적인 과몰입으로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재미있는 움직임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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