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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swimrabbit
전자음악이 표상하는 디지털 세계의 깊이감과 이미지
박민천 | 2024-07-15

신디사이징을 적극 활용한 엠비언스 구성과 다운템포 음악을적으로 해석한 2020년작 EP <POND>로 격적인 프로듀서 행보를 시작한 swimrabbit이 새 EP <접속 CONNECT>로 돌아왔다. 현실과 다른 세계로 접속한 이후의 서사를 디지털 소리 풍경으로 묘사한 이번 앨범은 회상적인 분위기 뿐만 아니라 사운드 디자인,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즐길거리가 많은 작업물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swimrabbit이 <접속 CONNECT>를 완성하기까지 걸어온 여정을 기록했다.


에디터: 박민천


Q. 앨범 발매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앨범 발매 이후의 소감과 리스너나 주변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꽤나 고민하며 매만지던 개인적인 소리들을 비로소 타인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어 후련하다. 고맙게도 한 곡 단위를 넘어 앨범의 전체적인 그림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고 후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 다채로운 피쳐링진 때문인지 새롭게 나를 알게 된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꽤 유쾌하고 긍정적인 반응들을 보는 것도 생소한 일이라 마음이 밝아지는 것 같다.




Q. 플러키한 신디사이저 사운드 디자인이 귀에 들어온다. 이번 앨범의 사운드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단순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규격의 사운드 톤 차이에 대한 얘긴 아니지만 확실히 `디지털`스럽게 들렸으면 했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노력에 의해서 가공 되어진 것이 느껴졌으면 했고 그만큼 원 소스에서 나오는 분위기 이상의 통제권을 직접 쥐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어떤 사운드는 배음이 거의 없는 기초적인 sine 파형 사운드를 제너레이트 시켜놓고 오버 프로세싱이라 할 정도의 이펙터 톤으로 덮어버리기도 했고, 일부러 3~4번 이상의 익스포트를 하며 열화를 시킨 사운드도 있다. 실제로 트랜지언트를 컨트롤하는 측면에서부터 플러키한 사운드를 염두에 둔 경우가 많았다. 의식에서 그린 소리의 모양을 그대로 옮겼다.




Q. 앰비언스를 강조한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 외에도 수록곡에서 찾아볼 있는 댄서블한 드럼이 흥미롭다.


다이나믹이 있어도 전반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를 내고자 했다. 앨범 마지막 트랙인 `고요`에는 킥, 스네어처럼 크게 동작하는 소스는 배제하고 하이햇만 넣은 것도 그런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드럼 포지션의 악기가 주는 리드미컬함과 에너지가 필요한 곡이라고 생각이 드는 경우에는 기꺼이 그렇게 했다. 곡의 장르나 규격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앨범의 러닝타임 동안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세계의 깊이감과 이미지였다.




Q. 이번 앨범에서 디지털적인 소리 요소를 제작하는데 자주 사용한 장비나 플러그인이 있다면 간략하게 소개해 있을까?


다양한 장치로서 디지털한 느낌을 의도했다. 프로세싱의 경우를 말해보자면, Output Portal, CABLEGUYS Shaperbox 등은 컴플렉스하고 글리치한 움직임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리퀴드한 질감을 내기 위해 공간적인 여러 모듈레이션도 했는데,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Valhalla의 공간계 이펙터들을 실험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이번 앨범에 많이 쓰였다. 그리고 나는 Soundtoys의 모든 플러그인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Q. 기술적인 부분과 더불어 회상적인 감정 표현이 두드러진다. 이번 앨범 제작 과정을 감정적으로 회고해 본다면?


서사적인 측면에서 나의 일기와도 같은 앨범이다. 아름다운 이상과 괴팍한 현실의 분명한 차이를 느꼈었고 그것을 담았다. 시작은 매우 설레고 과감했는데 사실 완성 단계로 가는 시기부터 음악을 배제한 개인적인 여러 상황 탓에 부침과 무력, 허무가 있었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가 뚜렷했던 만큼 어쩌면 이 경계를 자의로 소거할 수는 없으니 결국 모든 건 동등하게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앨범이 릴리즈 됨으로서 후련함이 생긴 것을 차치하고서 회고를 해본다면 감정적으로 참 두루뭉술한 면이 있는 것 같다.


Q. 앨범 제목의 순서대로 이어지는 여정의 서사에 대해 설명해줄 있을까?


앞서 내 개인적인 회상을 이야기한 대로 이상과 현실의 경계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상태로 출발하지만 모호한 상태로 도착하게 되는 앨범이다. `접속`은 제목 뜻 그 자체, 다른 세계로 연결됨을 표현했다. 내가 상상한 세계의 이미지와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청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는 스스로에게 이번 앨범에서의 꽤 큰 과업이었는데 `신기루 정원`에서 메인이 되는 플러키한 신스 리프와 함께 다양한 질감의 소스, 도전적인 송폼 구성으로 이를 적절히 구현했다.


이후 `기억나지 않는 표정`에서는 이 세계에 접속해 있음으로써 지나가버린 현실의 시간을 사랑이라는 특별한 감정적 소재를 이용해 회상하는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rabbit`s bolero`는 앨범 내 인터루드 포지션이다. 이 앨범은 만화 `디지몬 어드벤처`에서 큰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는데 이 만화의 극장판에는 배경음악으로 클래식 작곡가 Maurice Ravel `Bolero`가 절묘하게 삽입되어 경탄을 자아낸다. 그것을 감히 내 방식으로 건드려보았다. 영감의 원천을 상기시키기 위해, 그리고 유머러스한 환기를 위해 전체적인 앨범의 그림에서 반드시 필요한 아이디어였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본 세계 (혹은 현실)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한 `진화`로 이어진다. 그 경험과 성장의 시간 동안 느낀 혼란의 일부를 제목만큼 과감한 음악적 시도를 한 `과포화`로 표현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어떤 세계로의 접속 이후부터 느낀 평화와 허무의 양가감정을 `고요`에 담았다. 어떤 세계와 어떤 다른 세계의 명확하면서도 명확하지 않은 경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의도였고 그런 장치를 많이 넣었다. 서사구조 역시 명확하지만 모호하게 느껴지는 추상적인 뉘앙스로 만들었고 직관적인 정보량을 최소화시켜 모든 곡의 모든 시점에서 열린 해석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페러럴 월드, 영원 회귀 등의 단어들을 떠올려줬으면 한다.


Q. george, HUNJIYA, Faver 와의 협업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소개해 있을까?


모두 좋은 작업자였기 이전에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죠지는 마치 신선 같이 느껴졌다. 내가 디렉션을 어떤 식으로 주든 부담 없고 이지한 태도에서 나온 최상의 것들을 받을 수 있었다. 함께 했던 곡의 훅 파트에서 목소리 피치를 변조 시킨 것은 사실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이 아닌 죠지의 레코딩 때부터 나온 그의 아이디어였다. 처음 파일을 받고 난 뒤의 첫 인상은 긴가민가 했었던 게 사실이지만 추후에 생각하니 이 아이디어에 대한 타당함에 놀라웠고 즐거웠다. 송폼적인 측면에서도 곡의 코어가 될 수 있었다.




HUNJIYA는 국적이 미국인 터라, 내가 영어에 능통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런 우려는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고서부터 깨끗하게 사라졌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다. 단순히 그녀가 릴리즈 해왔던 음악 혹은 요즘 필드에서 나오는 사운드들 이상으로 여러 음악적 이해도가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작업을 위한 첫 미팅 자리에서 내게 들려준 데모 음악들을 듣고 이를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인간적인 부분들까지도 교류했다. 그녀와는 이번 앨범의 곡말고도 어떤 형태든간에 다른 작업까지 이어나갈수 있을 것 같다.




Faver는 예전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받기도 했었고 나 역시 주의 깊게 듣고 있던 목소리였다. 그녀가 기존에 보여준 스펙트럼에서도 전자음악에 대한 친숙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나의 음악세계와 섞일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크게 느껴졌다. 실제로 작업 과정에서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한 장르에 있어서 하위로 나뉘는 취향은 달랐지만 어떤 아이디어든간에 열려있는 태도로 임해줬고 막힘없이 결과물로서 증명해내주어 큰 인상을 받았다. 믿고 작업할 수 있는 아티스트다.




신해경은 원래부터 나의 다양한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존재하는 아티스트였는데 이번 작업을 계기로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애초에 함께한 곡 자체가 그와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다시피 한 곡이었고 가사 역시 내가 예전에 써놓았던 짧은 시를 그에게 보여주고 그가 해석한대로 다듬어져 나왔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시작한 블로그 역시 그의 추천에서였다. 그가 보컬 레코딩을 하며 즉흥적으로 추가해준 기타 사운드는 인스트루멘탈에서 화룡점정, 생각지도 못했던 궁극의 마무리가 되었다. 작업하는 시간들을 포함하여 그와 함께한 시간은 전부 한치의 의심 없이 짜릿한 순간들이었다.




Q. oddeen과의 앨범 아트워크 협업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고 싶다.


oddeen은 음악적으로도 훌륭하지만 비주얼까지 포함한 크리에이티브 자체에 큰 어빌리티가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구현 해내는 기술자이기도 했다. 전자음악을 지향하는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이 친구의 세계가 필요했고 고맙게도 흔쾌히 함께해 줬다. 내가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흩뿌리고 제시하면 그것을 깎아내고 정리해 주는 식이었고 멀리 빗겨나가거나 모난 구석이 있지도 않았다.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이 괴롭혔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편하고 즐거운 작업이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팬들에게 힌트를 남겨준다면?


꽤 즉흥적인 사람이라 이렇게 기록이 남는 자리에서 약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다. 기존에 냈던 [POND] 혹은 이번 [접속 CONNECT] 처럼 차분한 세계와는 달리 과격한 세계를 보여주고도 싶다. 또 개인적인 성격을 띠는 음악 이외에도 더 다양한 청자들을 고려하거나 명확한 쓰임새를 갖는 작업을 해보고도 싶다. 욕심이 많은데 과하지 않은 선까지만 덜어내며 나의 소리를 유지해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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