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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 HYPNOSIS THERAPY
경험이 쌓여 만드는 반전
BLUC | 2023-09-14

각각 자신만의 탄탄한 커리어를 지니고 있고, 또 함께 와비사비룸의 일원으로 평단에게 인정받는 랩 앨범도 냈다. 전자음악, 힙합, 알앤비, 얼터너티브, 엠비언트 등을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늘 호평을 받아온 두 사람은 지난 해 힙노시스 테라피를 결성해 셀프 타이틀 앨범을 발매했다. 평단은 이 앨범을 두고 랩 앨범인가 전자음악 앨범인가를 두고 고민했고, 그러한 현상을 두고 두 사람은 성공적이다고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순도 높은 전자음악 앨범을 발매했다. 두 사람의 프로덕션만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아마 장르 팬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자 다음 정규 앨범에서의 반전을 위한 전초전이 아닐까 싶다. 이번 앨범에 관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제이플로우 이하 제, 짱유 이하 짱)


Editor : BLUC


최근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다녀오셨잖아요.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제이플로우: 대한민국 최고의 페스티벌이 아닐까 싶어요. 분위기도 좋았고, 완전 재밌었어요.

짱유: 음악을 진짜 사랑하는 페스티벌, 그런 사람들이 모인 페스티벌 무대를 처음 해봐서 우리도 좋은 기운 많이 받고 왔어요.


힙노시스 테라피의 퍼포먼스를 유독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본 것 같아요. 다들 하나같이 새롭고 즐거웠다고.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두 분의 라이브를 처음 보신 분들도 있고. 다들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 엄청 다양한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았어요. 관객뿐만 아니라 음악 산업에서 종사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 부분이 다 섞여서 오는 뭔가가 있었어요. 화합의 장 같은 느낌도 받았고. 일반 페스티벌이다 그런 느낌이 아니고. 저희도 끝까지 있다가 왔어요. 어차피 또 10시에 SCR 통해 디제이 하는 게 있었고. 디제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 거죠. 공연도 다 보고, 페스티벌에서 준비한 여러 요소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도 다 하고. 짱유는 그 근처 계곡 가서 수영도 하고. (chill)하게 잘 있다가 왔어요. (웃음) 아티스트 케어도 너무 잘 해주셨고. 최고였어요. 내년에도 꼭 가고 싶고.


공연을 하나만 더 얘기하고 넘어갈게요. EBS 스페이스 공감 얘기를 잠깐 할까 하는데, 에너지를 정말 잘 전달해 주셨더라고요.


: 끝나고도 스태프분들이나 작가님들이나 PD님께서, 대부분 공연 잘 봤습니다해주겠지만 그날은 엄청, 상당히 좋아해 주신 느낌을 받았거든요.

: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을 받았어요.

: 진심으로 해주시는 걸 저희가 느껴서, 그래도 저희가 공연을 잘 마무리했구나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EP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미 다른 곳에서도 얘기한 적 있으시지만 우선 힙노시스 테라피라는 이름이 붙게 된 시점, 그리고 두 분이 첫 정규 앨범을 같이 작업하기 시작했던 시점이 언제인지 기억하시나요.


: 작년 한… 4월 전후, 초여름 즈음에 제가 음악적 한계를 느끼고 있었거든요. 힙합도 무슨 오타쿠들이 깡패 코스프레 하는 것처럼 변했고. 음악도 너무 자극적인 것을 많이 보여주다 보니까 거기서 더욱 뻗어 나갈 수 있는 한계점이, 나중에는 뻗어 나갈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한계가 보였어요. 저도 음악적 한계가 왔었거든요. 그때 처음 생각했던 게 초심으로, 일랍(짱유와 돌이, 지금은 l0l0l의 듀오)으로 다시 돌아가서 전자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이플로우 형한테 나도 안 만들던 비트를 다시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조금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죠. 형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내가 가르쳐 줄게라고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비트를 만들다 보니까 비트들이 점점 쌓이고 제이플로우 형이 그때 비트도 이렇게 계속 쌓이는데 차라리 앨범을 내자고 했어요. 그때 앨범을 내자고 만들었던 비트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뭔가 최면음악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뭔가 최면음악 같은데? 최면이 영어로 뭐지?’ 검색을 시작해서 힙노시스가 되었고. 힙노시스? 간지인데? 생각하다 한 단어만 붙이면 심심하니까 뒤에 뭔가를 붙여보자고 고민하다 최면요법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렇게 힙노시스 테라피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정규 1집이 만들어지기 시작된 거죠.


제이플로우님은 짱유님이 처음에 연락이 오고 비트를 가져왔을 때 어떠셨나요?


: 제가 좋아하는 동생이니까, 워낙 같이 작업도 많이 했고. 아티스트들은 비트 만드는 걸 알고 있으면 무조건 좋거든요. 플레이어들도 그렇고. 왜냐면 그런 디테일들도 자기가 더 생각하면서 나중에 곡을 만들 수 있는 거고. 그래서 저는 완전 긍정적으로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 서포트를 해줘야겠다 생각했죠. 처음에는 그래, 한 번 죽어보자이런 게 아니라 (웃음) 그냥 동생한테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아요. 팀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러다 서로 음악을 만들면서 확신을 가지게 된 뭔가가 있지 않았을까요? 뭔가 포인트들이, 기획으로 들어가서 팀으로 나왔을 때 가지는 에너지가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좀 더 기획적으로 풀어본 것 같아요. 짱유랑 같이 얘기하면서 구체화가 되었고, 그렇게 첫 앨범이 나왔던 거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저는 대부분 그렇게 매주 만나서 작업하는 걸 선호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2집도 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상태고요. 3집 만들 때도 한 세 달 모이면 3집 나오는 거고. 그렇게 짱유와 같이 만들다가 짱유가 한, 두 달 가사 쓰는 기간을 가지고. 제가 그걸 받아서 한 번 디벨롭해서 나왔어요. 그래서 엄청 재미있고, 스트레스도 안 받고. 짱유는 가사 쓰는 것 때문에 좀 힘들 것 같긴 한데.

: 힘들진 않아요.

: 스트레스 안 받고 엄청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둘 다 제가 봤을 때는 서로의 커리어에 불이 지펴진 느낌? 그래서 파이팅 넘치게 하고 있습니다.


짱유님은 처음에 전자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도 1집과 같은 방향을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 막연하게 전자음악을 하고 싶다는 거였지, 거기서 구체적인 뭔가를 구상하지는 못했거든요. 스스로가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진 않은 음악 하는 사람이라 구체화된 전자음악의 방향성을 잡지 못했는데 제이플로우 형이 제가 하고 싶은 걸 캐치하고, 거기서 더 세부적으로 공부를 했어요. 저는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감각적으로 느끼는 스타일이라 제이플로우 형이 제가 부족한 부분을 다 공부해주고 저에게 알려줘서 저도 거기서 배우고, 형이 이끄는 대로 그냥 따라갔던 것 같아요.


단순히 트랙 주고, 녹음 오고 이런 방식이 아니다 보니 훨씬 더 긴말하게 작업이 되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 같이 만나서 작업하는 것 자체가 긴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작업 방식 자체가 좀 더 원초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자리에서 서로 말하지 않아도 공유되는 그런 것들이 음악에 들어가고, 그게 적용이 되었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 있거든요. 그런 맞닿음들이 훨씬 컸던 것 같아요. 동물적인 그런 것들. 서로 움직일 수 있게 이끌어내려고 계속 만들고. 최대한 그거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 순간이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을 만들자고 했던 것 같아요. 세부적인 것들은 보컬 스템이 넘어오고 거기서 제가 디테일을 보태는 형태고, 원초적인 걸 잊지 말자는 것이 이 팀의 핵심인 것 같아요. 동물적으로 하자.

: 스트레스가 1도 없는 음악 만드는 방식.

: 일종의 프리스타일 같은 거고, 밴드로 치면 잼 같은 거예요.


첫 정규 앨범을 들어보면 두 분이 기존에 하셨던 것들과는 다른 것이 나왔잖아요. 자연스럽게 작업했지만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방향에 대한 의심 아닌 의문이 혹시 있진 않았는지 궁금하거든요.


: 저는 완전 확신이 있었어요. 확신 자체밖에 없었어요. 이거다. 이거지. 지금까지 한계점에 부딪혔던 모든 걸 돌파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 반대로 저는 의문을 가진 음악만 만들기 때문에 (웃음) 일랍, 와비사비룸 다 의문을 가진 음악들이거든요 사실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고, 항상 우리끼리 멋있다, 이거면 됐다정도가 되었을 때 발표하는 거거든요. 힙노시스 테라피도 와비사비룸, 히피는 집시였다처럼 어느 정도 수준에서 크리에이티브하다, 세상에 내면 사람들 좋아하겠다판단이 들었던 것 같아요. 확신은 있었죠.


두 분에게 직접 누군가가 물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지난 1집을 놓고 랩 앨범인지 전자음악 앨범인지를 두고 많은 사람이 얘기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있어요.


: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수정 님도 페스티벌 전에 만났는데,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전자음악 앨범이 나와서, 이제는 사람들이 전자음악의 범주로 생각하더라고요.


: 최근에 프리커(FREKER)라는 브랜드의 공연을 했잖아요. 공연 소개 자체도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었고, 문규(MOON KYOO)님도 계시고 김도언 님도 계시고. 살라만다도 있고 그 사이에 힙노시스 테라피가 있는 게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디제이로도 저희가 활동을 많이 하니까 전자음악의 범주에 들어간 것 같고. 디제이할 때 전자음악 많이 틀거든요. 그런 부분도 있고, 어느 정도 신(scene)의 분들이나 업계 사람들이 받아들여주는 느낌을 최근에는 조금씩 받고 있기는 해요. 그 전에는 분류가 좀 더 얼터너티브했다면, 여전히 힙합도 있고 전자음악도 있지만 저는 이 팀이 무한한 확장을 하길 원하거든요. 어느 한 곳에 갇히지 않고, 모든 부분을 우리가 아우를 수 있는 팀으로 브랜딩하고 싶어요. 그런 쪽으로 저는 엄청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딱히 체감하거나 그런 건 없었는데, 사람들이 헷갈렸다고 했을 때 기분이 좋았거든요. 평론가들도 그렇다고 하니까 저는 나왔다”, 우리가 잘하고 있다. (웃음) 이거는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거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힙노시스 테라피는 힙합도, 전자음악도, 그 외의 다른 음악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군요.


: 밴드가 될 수도 있고, 무한한 확장성을 지니고 있어요. 나중에는 저희가 구상하는 모든 것들 것 구현되었을 때 뒤돌아보면 엄청 재미있는 팀이 될 것 같아요. 팀을 뛰어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처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싶거든요. 하나의 브랜드로.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제잉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두 분은 이제 B2B로 트시는 편인데 익숙해지셨는지 궁금해요.


: 한 곡씩 받을 때도 있고, 텀을 두고 받을 때도 있고. 노하우를 쌓는 중이에요. 저희끼리 연습할 때는 쩔어요. (웃음) 실전에 가면 그 분위기에 맞게 셋이 바뀌어야 하거든요. 가서는 현장의 텐션에 맞는 곡도 틀어야 하고. 그래서 사실 기점 정도만 잡고 프리스타일로 해요. 셋을 정하지 않고, 이런 텐션일 때 이런 곡들 정도 생각하고 가는 거고, 베뉴에 맞게 틀고 있어서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있는 상태예요. 아무래도 디제이 쪽으로 활동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더 재미있게 하는 것 같아요. 라이브 포맷과 다르니까. 새로운 영감도 받고.

: 저는 하는 건 수월한데,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더 어려워지는 것 같긴 해요. 더 알게 되니까 더 해야 하는데 머리나 손이 안 따라가 줄 때도 있고 하니까 그런 걸 계속 연마하고 습득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 악기 연습하듯이 엄청 하고 있어요.


무대에서 랩으로 관객들과 소통할 때와 또 다른 경험이잖아요.


: 너무 좋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좋아하니까 너무 좋죠. 근데 그런 걸 경험하면서 나중에는 저희 타임의 셋을 힙노시스 테라피의 음악만으로 채워보고 싶다는 꿈이 생겨서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궁극적으로는 짱유가 말한 대로 저희 음악만으로 다 트는 셋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EP를 얘기하기 이전에 리믹스 앨범 얘기를 잠깐 해보려고 합니다. 리믹스 앨범은 처음부터 계획에 있었던 건가요?


: 일렉트로닉 음악에는 리믹스 문화가 엄청 활성화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작할 때부터. 그래서 저희가 즐거 듣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연락을 드렸고,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죠. 리믹스 앨범도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2집 나오면 또 그런 프로젝트를 한 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좀 더 다양한 전자음악가들과,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음악가들과도 연락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드디어 EP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언제부터 준비가 되어 있던 건가요?


: 거의 1집 만들 때 같이 준비했던 것 같아요. 앨범 만들면서 같이 만들어졌죠.


그러면 이 앨범의 방향도 일찌감치 나왔던 걸까요?


: 디제잉을 하면서 포인트를 찾았던 것 같아요. 보이스가 있는 곡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없는 걸 좋아하는 음악 팬들이 많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런 걸 녹이려면 사실상 투 프로듀서 체제로 가야 하잖아요. 그런 음악도 해 나가자, 재미있겠다 싶어서 곡을 만들었고 EP로 빠져야 하는 곡들, 정규로 들어가야 하는 곡들의 포맷이 자연스럽게 나눠진 거죠. 거기서 줄여서 앨범의 그림을 만든 거고. 한 자리에서 만든 것들을 나눠서 발매한 거죠.


1집과 EP는 분위기도, 구성도 다르잖아요. 작업하실 때 여러 갈래의 곡들을 다 만든 다음 말씀해주신 것처럼 나눴던 건지 궁금합니다.


: 일단 정규 작업할 때 저희가 안 가립니다. 특히 전자음악 장르는 세부 장르가 진짜 많잖아요. 전혀 편식을 하지 않고요. 모든 걸 듣고 소화해서 녹여내 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2집에도 엄청 특이한 음악이 많아요. 형용할 수 없는. (웃음) 장르 색채가 확 묻어나는 것도 있고, 상당히 모호한 노래도 많지만 그 중에서 [DANCE THERAPY]는 좀 더 확고한 장르 색이 있는 것들을 모은 거죠. 그게 전자음악 코어 팬들에게는 좀 더 어필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명확하지 않으면 너무 얼터너티브로만 받아들여질 것 같아서.


1집 때 인터뷰를 보면 옛날 신스 같은 것들을 가상악기로 쓰셨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하드웨어와 병행했는지도 궁금해요.


하드웨어와 가상악기를 섞어서 했어요. 다우레스(DAW-less)로 가보고 싶다고도 한 적 있는데요. 물론 그것도 할 거지만, 제가 장비를 수집하면서 해보니까 불편함도 있더라고요. 최신식을 놔두고 이걸 안고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긴 해요. 당연히 엄청난 가치가 있지만, 나중에 편곡적으로 작업을 많이 해야 하잖아요. 특히 정규 앨범은 랩이 들어오고. 아무래도 정규 앨범은 또 DAW 기반으로 하드웨어를 쓰는 방식으로 갈 것 같고, [DANCE THERAPY] 같은 앨범은 아무래도 랩을 생각 안 하고 만들다 보니 좀 더 하드웨어 위주로, 다우레스적인 부분을 섞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요즘의 전자음악보다는 과거의 전자음악이 많이 떠올랐어요.


: 저희가 트는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애시드 하우스에 빠졌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기반처럼 되었던 거고, “I Just Wanna”“Signal” 같은 하우스 기반의 곡들은 제가 하우스를 상당히 좋아해서고. “Close Eyes”는 테크하우스라고 생각하지만 듣는 분들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디깅했던 것들이 연도 상관없이 찾는 스타일이라 아무래도 완전 최신의 음악보다는 예전의 것들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질감과 색채가 좀 더 묻어나지 않았나 싶어요.

: 저는 사실 아직 장르를 잘 몰라요. 듣고 감각으로 좋으면 가는 거고. 그래서 항상 물어보거든요. ‘이건 무슨 장르냐고 물어보면 알려주고.


[DANCE THERAPY]에 담긴 사운드 소스나 곡의 구성 같은 부분은 그러면 앞서 얘기했듯이 같이 만든 거겠군요.


: 항상 같이 만들었으니까, 이번에도 똑같이 그렇게 같이 만든 음악이 엮여서 나온 거죠. 제가 마감만 친 거고.

: 제가 초안을 만들어 가면 형이 거기서 뜯어 고치거든요. (웃음) 그렇게 나오는 거예요. 제가 흐름을 가져가면 형이 그 흐름에서 좋은 부분을 캐치하고, 더 완전한 제품으로 만들어주는 거죠.

: 짱유의 그 번뜩임을 제가 딱 캐치합니다. 그래서 짱유가 계속 계산 말고 감각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그걸 이렇게 마감만 하면 되니까.


보컬이 없는 곡을 쓰다 보면 좀 더 채워가려고 하는 욕심도 생길 수 있잖아요.


: 제가 믹스까지 해서 그런지, 더 많이 넣고 그럴수록 지저분해지는 것 같아요. 소스가 많을수록 잃는 것도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얻는 것도 있지만. 그래서 저는 그 중간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너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항상 그 정도의 사운드로 뽑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볼드해지려면 방법이 너무 여러 가지고, 꽉 차 보이겠지만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부분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어요.

: 저는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궁극적인 방향성이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거라서요. 근데 혼자 만들 때는 그렇게 안 되죠. 실력이 없으니까 가득 채워서 가는데, 예전에 [KOKI7] 만들 때 형이 준 비트들이 다 미니멀했고, 그때부터 음악은 미니멀해질수록 더 세련되어 보인다는 걸 느껴서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긴 해요. 그리고 그리고 뭔가를 넣었는데 그렇게 넣은 것이 100%, 200%의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굳이 넣을 필요 없는 것인 것 같아서요.


믹싱 과정도 짱유님과 제이플로두 두 분이서 함께 하시나요?


: 기술적인 부분은 형이 다 하죠. 저는 좋다를 반복하며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많이 하죠.

: 보컬 유무에 따라 믹싱 과정에서 자리 잡는 것 자체가 달라야 해서 아예 다른 방식으로 마감이 되니까요. 정규는 보컬 위주로 믹싱하는데, EP는 주인공이 없어서 다 주인공이에요. 그래서 사운드도 듣는 재미가 서로 다를 거예요.


확실히 정규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이대화님의 소개글처럼 옛날 댄스 뮤직이 가진 문화나 요소가 담겨 있으면서도 그때의 재현과는 또 다른 것이었어요.


: 요즘 쓸 수 있는 방식도 중간 중간에 계속 넣으려고 했고, 너무 옛날 느낌을 내고 싶지 않아서 “Signal”이나 “I Just Wanna”를 들어보면 드랍되기 전에 나오는 소스들은 신식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다 섞은 것 같아요.


“I Just Wanna”“Game Time” 작업 과정이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들었고.


: “I Just Wanna”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물 흐르듯이 나왔고요. “Game Time”은 짱유가 거의 다 만들어 놨어요. 제가 디테일만 붙였던 것 같아요.

: “Game Time”은 마이클 조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멋진 말을 외치길래, 그거로부터 시작해서 만들었어요. 늘 감각으로 만드니까, 그렇게 만들었고 형에게 가져갔죠.

: 스포츠감 있게 스위칭도 두고 그렇게 운영했던 것 같아요. 흐름 자체를 울렁거리게.


트랙 배치나 곡의 순서는 어떻게 고민했는지도 궁금합니다.


: 순서는 제가 짰어요. 일종의 테라피라 생각하고, “Close Eyes”에서 눈을 감고, 이후에 정말 댄스 테라피처럼 전개가 되게끔 생각했어요. 시행착오와 여러 감정을 느끼고, 마지막에 “Ohm”으로 귀결되는 그런 느낌으로 생각했거든요. 클럽에서 춤추는 느낌이 아니라, 명상하는 느낌? 다같이 손잡고 흘러가는 흐름, 그렇게 연결되는 것들을 생각했어요. 댄스 테라피에 관해서도 많이 찾아봤고요. 실제로 그런 테라피가 있거든요. 서로 손잡고 춤추고, 그런 과정이 있더라고요. 그 안에 우리가 추구했던 것, 지향점도 담으려고 생각했고. 그런 스토리텔링을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가 막바지입니다. 정규 2집에 관한 힌트를 주실 수 있다면.


: 핵폭탄 같은 느낌인 것 같아요. 저는 이거 만들면서 이걸 내면 우리가 자리를 잡겠다는 확신이 또 있거든요. 항상 낼 때마다 확신을 가지고 내는 거긴 하지만, 이번에도 확신이 드는 앨범입니다. 다만 2집은 제가 비트에 관여하지 않고, 제이플로우 형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든 거거든요. 그래서 좀 더 고차원적이고.


그러면 1집이나 EP와는 얼마나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또 크게 다른 것 같기도 해요.

: 좀 더 힌트를 드리자면, 전자음악 안에 세부 장르 중에서 저희가 재미있게 들었던 것들을 사용했던 것도 많고, 1집이 좀 더 힙합적인 부분과 전자음악이 섞였다면 2집은 좀 더 전자음악의 베이스가 강해요. 그리고 엄청 재미있을 거예요.


힙노시스 테라피의 경우 앞선 다른 프로젝트들보다 반응이 좀 더 빨리 온 것 같은데, 두 분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빨리 피드백이 온 것 같기도 해요. 우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그게 시너지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저는 힙노시스 테라피를 만들면서 정말 즐거웠고 재미있었거든요. 그 기운이 담겨서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인생 자체가 음악이어서 음악이 안 나오면 삶이 힘들고 우울하고, 음악이 잘 나오면 행복하고 그런데 요즘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거든요. 그런 기운이 담겨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도 그 기운을 받고 빨리 피드백을 주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찾아 주시는 분들도 많고, 저희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다는 건 확실히 느껴요. 짱유가 말한 것처럼 서로 살아왔던 것들의 시너지가 불이 지펴지는 느낌. 일랍이나 와비사비룸을 할 때는 반응이 상당히 늦었잖아요. 그때보다 유튜브나 이런 것들 덕분에 음악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이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고 있지 않나 싶고, 그 시간 동안 문화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때와 별다를 게 없는, 어떻게 보면 어려울 수도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제는 그런 걸 뛰어넘어서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곧 머쉬룸 하우스가 또 오픈합니다.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 저희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디제이들만 섭외했고요. [DANCE THERAPY]가 나왔으니 기념하자는 의미에서 하는 거고, 이 앨범을 진짜 전자음악이 나오는 클럽에서 틀고 다 같이 놀아보자는 거죠. 머쉬룸 하우스는 저희가 지속해 나갈 파티 브랜드라 꾸준히 열릴 것 같아요. 정규 앨범 내고 또 할 것 같고. 좀 더 특이하고 재미있는 장소를 더 많이 찾아서 하려고요.


끝으로 EP 들어주시는 분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신다면.


: 감사합니다. (웃음) EP를 낼 때 이렇게 많은 소비자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낸 거긴 하거든요. 보컬이 없는 전자음악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들이 더 많으니까. 이 장르를 사랑하지 않는 이상 이해한다는 것이, 저도 처음에는 힘들었으니까요. 근데 이걸 듣고 진짜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정말 감사하죠.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간격이 더 맞닿아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더 발전된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싶어요.

: 제가 피부로 느낀 건, 전자음악을 하시는 분들은 한국에서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너무 (사람들이) 매니악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물론 어렵긴 하지만, 그래서 이 시장을 어떻게 넓힐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대중들이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 같이 잘 될 수 있는 방법. 몇 매체 말고는 전자음악을 홍보할 매체가 없잖아요. 그런 거에 대한 소외도 느꼈고, 랩이 들어가면 확실히 홍보할 수 있는 곳이 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있어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해요. 이 무브먼트를 끝까지 이어갈 거고, 전자음악이 멜론 하트가 만 개가 찍히는 그날까지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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