Öspiel은 프랑스 파리를 주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DJ/프로듀서이다. 그의 일렉트로닉 뮤직 프로덕션은 텍스쳐, 분위기, 인더스트리얼, 영화성에 방점을 둔 실험 음악임과 동시에 댄스 플로어를 겨냥하고 있는 테크노 트랙이기도 하다. 특히 절제된 그루브와 유기성을 자랑하는 Öspiel의 음악은 그가 프랑스 파리의 독립 레코드 레이블 `Demian Records`의 일원으로 참여함으로써 더욱 빛을 내고 있다. Mixmag Korea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가장 최근 아시아 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Öspiel과 함께 그의 음악과 오늘날의 댄스 뮤직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Editor : 박민천
Photography : Emma Boudon
Q. 서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길 바란다. 클럽 파우스트(Faust)에서 플레이했던 첫 번째 긱은 어땠는지?
한국 청중들과 내 음악을 공유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인상깊었다. 클럽 측과 스태프들도 너무 친절했고. 이런 종류의 긱을 특히나 좋아하는 편이라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고 싶다.
Q. 첫 아시아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한국의 클럽 사이에 주요한 차이점이 있다면?
가장 큰 차이는 한 번 입장료를 지불하면 클럽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DJ들은 관중들의 집중을 이끌어내야 하고 그들이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Q. Demian Records, Sacred Court, BRVTAL, Mama Told ya 등의 레이블에서 음악을 발매해왔다. 그 중에서 공통된 Öspiel의 음악적 특징에 이름을 붙이자면?
내 음악에 이름을 붙인다면 ‘Textured atmospheric industrial cinematic techno(텍스쳐, 분위기, 인더스트리얼, 영화적 테크노)’라 하고 싶다.
Q. 인더스트리얼, 노이즈, 테크노의 영향 뿐만 아니라 동시에 댄스 플로어를 겨냥한 듯한 트랙 메이킹이 인상적이다. 트랙의 예술적인 측면과 댄스 플로어를 위한 측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도 바뀌겠지만 현재로서는 근래의 테크노에서 듣기 익숙치 않은 소리와 텍스쳐를 탐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과도하게 실험적인 쪽으로 빠지지 않으면서 혁신적인 태도를 견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트랙 메이킹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디테일 측면에서 완벽주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만 그것을 빼고 이야기 한다면 새 테크노 트랙을 쓸 때 마다 항상 신경쓰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첫 번째는 소리의 텍스쳐인데 텍스쳐를 사운드 디자인하면서 트랙이 흥미로워 진다고 생각한다. 사운드를 일종의 물질이라고 생각한다. 소리 요소들이 고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제각각의 특정한 텍스쳐를 가질 수 있게 신경쓰는 편이다.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다시 들어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트랙 전체에 합쳐 넣을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그루브이다. 내가 디자인한 사운드와 잘 어울리면서도 간단하고 효과적인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은 사운드스케이프의 개념인데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사운드스케이프 보다는 소리 생태계를 구성하고 시적인 감각을 부여하는,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중요시 여긴다.
Q. 작업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Öspiel의 음악을 좋아하는 프로듀서들에게 유용한 팁을 알려준다면?
물건들을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마이크로 소리를 녹음 해보는 편이다. 연속된 소리 시퀀스를 잘라 루프를 구성해본다든지 늘리거나 피치를 조절하고 이펙트를 더해볼 수도 있다. 과감해지기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한 번은 막대기로 땅을 긁었을 때 나는 소리를 루핑시켜서 그루브를 만든 적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면 굉장히 올가닉한 리듬을 만들 수 있다.
Q. 현재 Demian Records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레이블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그 안에서 Öspiel의 역할은 무엇인지, 구성원들은 어떤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처음에는 Demian Records에서 EP를 발매하는 것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음악을 만들면서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실제로도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EP가 발매된 이후 레이블 쪽에서 팀에 합류하는 것을 제안해왔다. 현재 구체적으로 맡은 역할은 따로 없지만 프로젝트에 따라 필요한 일들을 서로 분담하고 있다. 레이블의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핵심적인 구성원은 Cvnsumed aka NN, Znzl, San-ju Ni, Öspiel 이렇게 4명으로 이뤄져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Santiago Luna, 부킹과 이벤트를 책임지는 Marie와 Lea Rose,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Kuch도 Demian Records와 함께 하고 있다.
Q. Demian Records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역시 진정성이다.
Q. 테크노 음악이 포스트 EDM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추세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들이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의견을 공유할 수 있을까?
테크노 음악이 요즘 유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EDM이 유행하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패턴들을 테크노 음악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슈퍼스타 디제이, 대형 페스티벌, 그리고 그것들과 항상 함께하는 화려한 비디오가 그 예시이다.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수반해서 따라오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들도 있는데 음악의 속도는 끝을 모르고 빨라지고 있고, 라인업은 똑같은 대형 디제이들 몇몇을 반복하고 있으며, 소셜 네트워크에 쉼없이 스스로를 노출시켜야 하는 부담감도 늘었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이같은 것들보다 중요해지면서 점차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음악이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이 씬에서는 여전히 훌륭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세상은 변화하기 마련이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 스스로에게 진실한 것,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
Q. 앞으로 있을 프로젝트나 작업물에 대한 힌트를 남긴다면?
9월에는 베를린의 Tresor에서 처음으로 음악을 플레이하게 되서 굉장히 기쁘다. 10월에는 콜롬비아에서 작은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음악 이야기를 하자면 올해 말에 Demian Records에서 다음 EP가 발매될 예정이다.
Q. 믹스맥 코리아 독자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다면?
소주와 배 음료가 내 최애 음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