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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계약의 뜨거운 감자, 영속계약.
음반 계약의 가장 비정한 측면.
KWAME SAFO | 2022-08-03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음악은 언제나 추상적인 영역이다. 사실 여기에는 의도성이 다분하다. 내부인들은 외부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난해한 용어들을 사용하면서 특유의 비밀스러움을 유지하는데, 문제는 그런 모호한 용어들이 같은 필드 내에 있는 아티스트들까지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이다.

`영속계약(perpetuity deal)`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들어봤더라도,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영속계약은 실로 음반 계약의 가장 잔인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잔인성은 애매모호한 용어들과 창작자들에게 제공되는 매력적인 선불금에 가리워져 있다.

본래 아티스트라는 족속은 계약서 같은 것에 그리 익숙하지가 않다. 특히 셀프릴리징을 하는 아티스트들은 음악을 만들고 발매를 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 어떤 서명도 할 필요가 없다 보니, 계약이란 걸 하게 되고 커리어에 변화가 생기다 보면 계약 조건에 따라 예상치 못한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물론 계약서라는 건 원래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계약서가 제대로 이해 안 되거나, 확인을 안 한 부분이 있다거나, 법조인의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서명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그런데 말이 쉽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는데, 내 음악이 인정 받는다는 감격에 겨워 있는데, 법무비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돈줄을 쥔 사람은 계속 압박을 준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착취를 당하는 아티스트들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다.

이 주제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으려면 정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음반 업계의 그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우리 업계에는 이 주제에 대한 비슷한 생각과 이해도를 가진 사람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대나무숲 같은 공간도 없다.

온라인에서 찾아보면 음반 레이블의 복잡함이라든지, 아티스트가 계약을 체결할 때 보게 될만한 표준화된 포맷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꽤 많다. 그러나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 영속계약의 좀 더 광범위한 영향력과 결과까지도 알아봐야 할 것이다. 영속계약에 서명하는 순간, 아티스트들은 두 번 다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갖지 못할 테니 말이다.

영속계약이란 무엇인가?

음반 레이블은 친구가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는 주로 레이블 오너와, 그로부터 형성된 조직 문화에 달려 있다. 메이저 레이블들이 업계에서 가장 비양심적인 사업 관행에 쩔어있다는 인식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독립 레이블들도 메이저들 못지 않게 최대한의 이익을 내기 위한 악독하고 비윤리적인 방법들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속계약은 아티스트의 마스터 레코딩을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음반 계약을 말한다. 마스터 레코딩이란 `마스터(master)`로 통칭되는 곡/사운드/퍼포먼스의 공식적인 오리지널 녹음본이다. 여기서 영구적이라는 것은 비유가 아니다. 말 그대로, 레이블이 아티스트가 죽든 말든 영원히 작품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영속계약에서 `영구적`이라는 조건은 계약상 명시되는 그 어떠한 기간도 효과적으로 초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약 자체의 다양한 측면에 적용된다.

바로 여기서 혼란이 발생한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계약에서 충분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마스터 레코딩 권한이 본인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국에서 저작권법의 지속 기간은 70년이다.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마스터 레코딩을 영원히 또는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음반 계약 최종 단계의 어떤 징벌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같은 편인 줄 알았더니 요구하는 게 끝도 없는 컬래버레이터와의 관계성을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 없다는 잔인한 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평생을 노예 같이 살았는데도 그 보상은 자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나서야 `, 내가 당했구나` 라는 고통과 좌절감이 찾아오는 것이다. 유명한 아티스트들은 영속계약의 병폐를 폭로하기도 한다. Prince의 경우, 레이블과 분쟁을 겪고는 자신의 이름을 기호로 바꿔버렸고, 음반 계약을 노예제도에 빗댄 것으로 유명하다. Taylor Swift Raye도 자신의 작품이나 커리어 방향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때가 많으며, 인생 작품을 탄생시켜도 그것을 수익화할 수 없다고 폭로했다.

최근에는 영국 웨일스의 노동당 의원인 Kevin Brennan이 저작권(뮤지션의 권리 및 보수 등)법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주로 스트리밍의 불평등을 다루며, 음반 계약 내 투명성을 제공하고 영속 조항 포함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으로부터 기대되는 것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얻은 보상을 기반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아티스트들의 날개를 꺾어 버리는 영속 계약의 착취적 폐단이 사라지는 것이다.

당면한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려면 장기계약이 아티스트에게 어느 정도까지 침해를 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감정적인 수준까지 제대로 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과 같은 편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최애 아티스트는 작품을 잔뜩 발매하고 싶어 하는데도 자신의 모든 작품을 컨트롤하게끔 설계된 계약에 막혀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억압되어 있다. 어떤 표현이든,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것과는 별 상관도 없는, 누구의 편인지 모를 소유권자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사다리의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보면 이러한 음반 계약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흑인 아티스트들은 당연히 이런 류의 계약의 타격을 자주 입는다. 흑인 크리에이터들은 음악적 파노라마와 창조적인 인프라에 히트곡들의 역학을 만들어내며 막대한 예술적 기여를 하지만, 그들의 운명은 성공해서 엄청난 부를 거머쥐거나, 아니면 겉으로만 그래 보일 뿐, 실상은 꼭두각시 놀음에 착취당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새로운 백만장자가 탄생할 때마다 뮤직 커리어의 세계에서 갖는 소유권과 통제권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지만 Anita Baker 같은 레전드 마저도 여전히 비윤리적 사업 관행에서 비롯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레이블들은 음반 계약을 통해 수익의 극대화를 이룰 때가 많다. 그런데 정작 아티스트들을 위한 윤리적 기준은 논쟁거리다.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권리가 무시되는 이런 실태는 이 산업이 도덕적으로 얼마나 타락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음악 업계에서 아티스트의 필요는 분명 간과되고 있다. 아티스트와 그의 작품은 착취의 대상일 뿐이고, 음반 산업은 그저 이번엔 어떤 것을 착취할지 고르기만 하면 된다.

음반 업계는 끝없이 변화하는 현대 뮤지션들의 필요와 요구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이것은 혁명의 주체가 을이어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최근의 사례를 보자면,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Four Tet의 도움 요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관성이 훨씬 강화된 사회로부터 공감과 연민을 얻을 수 있었다. Four Tet과 독립 레이블 Domino Records와의 분쟁은 대부분 스트리밍 분쟁으로 해석되긴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계약적 의무에 의해 설계된 불공정한 통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 중에서도 뮤지션들에게 빨대를 꽂는 행각은 집단의식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리타분한 운영 체계에 맞서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음반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들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마스터(master)` 녹음과 `슬레이브(slave)` 녹음이라는 용어가 계약 용어로 사용되곤 한다. 이 자체로도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명백한데, 여기다가 영속(perpetuity)이라는 단어까지 더해지면 모욕감은 더욱 심해진다. 마스터는 영원한 통제권을 갖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계약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면, 이 단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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