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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ANSR
예술과 기술 사이에서, 음악과 소음 사이에서 예측불가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선한 에너지의 뮤지션 ANSR
김소연 | 2020-06-30

My Name is: ANSR


editor: 김소연


ANSR을 알고 난 뒤로 한동안 그의 음악만 들었다. 신시사이저, 모듈러 신스, 샘플러와 같은 전자악기로 테크노 라이브 셋을 선보이는 ANSR은 예술과 기술 사이에서, 음악과 소음 사이에서 예측불가한 음악을 만들어 낸다.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갈고닦겠다고, 이 바닥에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에게서 음악 이상의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소개 부탁한다. 앤서라고 부르면 되나?

테크노 라이브셋을 선보이는 ANSR라고 한다. ANSR로 표기하고 앤서라고 불러달라.


라이브셋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미리 짜놓은 셋이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 관객, 컨셉 등에 따라 현장에서 즉석으로 플레잉 하는 걸 라이브셋이라고 한다. 밴드 공연 가면 드럼, 기타 등을 가지고 악기 연주를 하듯 우리는 박스처럼 생긴 악기를 가지고 즉석에서 음악을 만든다. ‘박스처럼 생긴 악기라고 함은 알다시피 신시사이저, 모듈러, 샘플러 등 전자악기이고.


photo@VIVAST


모듈러에는 어떻게 빠지게 되었나

신시사이저는 가격대마다 기능이 천차만별이라 저렴한 걸 사면 딱 그 기능밖에 못한다. 비싼 장비는 확실히 좋긴 한데 계속 만지다 보면 그것도 언젠가 한계가 느껴지고 결국엔 모듈러로 빠지게 되는 거지. 모듈러는 조립 PC처럼 부속품을 하나하나 따로 사야 하는 커스텀 마이징 개념이라 얘가 들고 온 거, 쟤가 들고 온 거 다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다. 더 재미있는 건 케이블만 연결하면 서로 호환이 된다는 것. 그때부터 무궁무진 해진다.


결국엔 모듈러로 갈 수밖에 없는 건가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뭐부터 사야 하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그냥 모듈러 하세요.”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누가 알려 줬더라면 다른 장비들 안 거치고 모듈러부터 샀을 것 같다. 먼저 경험한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이것저것 해보다 보면 돈이 꽤 많이 들거든.


어떻게 배웠나? 주변에 먼저 시작한 사람들이 있으면 자문도 구하고 직접 배웠을 텐데, 시도하기 힘들지 않았나.

독학했다. 처음 전자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디제이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들이 다 디제이이기도 했고. 그런데 디깅하다가 리치 호튼(Richie Hawtin) 플레잉 영상을 봤는데 일반 덱이 아니라 뭐가 깔려 있고 다르더라. 이게 도대체 뭐지? 어떻게 하는 거지? 호기심이 생겼다.



리치호튼이 지금의 ANSR을 만든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에 가장 많이 찾아보고 영향을 받았다. 참고로 리치홀튼은 100% 라이브셋 스타일은 아니고, 디제잉과 라이브셋을 섞은 하이브리드 셋이다.


프로필을 보니 ISS, 소유즈 등 항공 우주 관련 기술 요소와 지구, 대기, 물 같은 자연적 요소들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는다고 되어 있다.

프로필이라 허세가 살짝 들어가긴 했는데. (웃음) 우주에 관해서 굉장히 좋아하긴 한다. 지구인들이 만든 기계 중에 ISS 만한 게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SF, 기계, 밀리터리 등의 비주얼적인 요소들을 합쳐서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듈러나 신시사이저에 관심이 가게 되는 것 같다.



photo@VIVAST


모듈러 장비를 다루는 커뮤니티에서 (살짝 과장하자면) 스타 같은 분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웃음) 우린 각개전투다. 알아서 생존하는 판이라.. 그렇지 않나? 희한하네. (웃음) 이게 디제이만큼 잘 안 알려진 분야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서로에게 또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날 봐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모듈러 관련 콘텐츠를 SNS에 계속 올리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GBG(Groove Box Guru)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시지 않나.

맞다.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듈러라는 걸 알리려면 영업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근데 아무도 안 하는 것 같아서 몇 년 전부터 장비 리뷰 콘텐츠나 라이브셋을 업로드하고 있다. 나만 알고 너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알아야 발전이 된다.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 행사에서도 종종 라이브셋을 선보이더라. 상업적으로 어떻게 보나

일단 보기에 신기하니까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런데 모듈러 하는 지인들이랑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우린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운송업을 하는 거라고. (웃음) 디제이는 헤드폰에 USB, 랩탑 정도만 챙긴다면 우린 드럼머신, 신시사이저, 모듈러, 케이블 등 들고 다닐 게 너무 많다. 그래서 공연 기획자 입장에서는 잘 선택을 안 하는 것 같다. 세팅이 많으면 사고 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거니까. 그게 라이브셋의 약점인 걸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세팅을 가볍게 할 수 있을지 등의 고민을 많이 한다.


303 DAY는 무슨 날인가.

TB-303장비를 위한 일종의 기념일이다. 33. (웃음) 롤랜드(Roland)에서 나오는 굉장히 유명한 신시사이저다. 흔히 쓰리오쓰리라고 부르는데, 303외에도 808, 909 장비마다 기념일이 있다. 모두 전설적인 장비들이다. 909는 애시드하우스 쪽에서 많이 쓰이고, 808은 힙합 뮤지션들이 많이 쓰고.


303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원래 용도는 베이스나 기타 연주자들을 위한 연습 용이었다. 롤랜드가 일본 악기사임에도 영국에서 먼저 유행을 탔다. 이건 그냥 썰인데, 일본에서 303을 출시했을 때 영어 매뉴얼이 없어서 영국 애들이 만져 보다가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안타까운 건 처음엔 매출이 안 나왔는지 2년 만인가 생산이 중단되면서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다. 그래서 303은 깨끗한 게 별로 없다. 20, 30년 가까이 된 장비들이니까.



photo@VIVAST


재테크가 될 수도 있겠다.

맞다. 전에 일본에서 깨끗한 장비 세대를 봤는데 고민하다가 안 샀거든. 한화로 260만 원 정도 했는데 조금 지나고 보니 대박이 났다. 다시 생각해도 후회되네.


모듈러는 주로 어디에서 구입하나

링고샵(Ringo Shop)이랑 기어라운지(Gearlounge). 두 군데를 자주 간다.


지금까지 장비에 투자한 금액이 꽤 될 듯한데.

계산을 안 해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천만 원 이상은 들어간 것 같다.


입문자라면 금액적인 부분도 궁금할 것 같다.

저렴한 신시사이저는 10만 원 중반부터 구매 가능하다. 처음 구매한다면 코르그(KORG)에서 나오는 볼카시리즈나 롤랜드(Roland)의 부티크시리즈를 추천한다. 작고 귀엽다. 부티크 시리즈는 50만 원 대부터 8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본인 장비를 팔기도 하나?

파는 건 거의 없다. 모으는 게 좋고 부서질 때까지 쓰는 편이다.



photo@VIVAST


전시할 계획은 없나? 장비 전시하고 소규모로 수업도 진행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요즘 또 다양한 취미 만드는 게 트렌드이기도 하고.

성향 자체가 조용하고 내향적이어서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성격에 안 맞더라도 나댈 필요가 있긴 한 것 같다. 그리고 모듈러를 배우고 싶다면 사실 랩탑 하나로도 할 수 있다. VCV Rack이란 툴을 설치하면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데, 요즘은 장비가 좋아져서 실제 오프라인상에 장비가 없더라도 VCV 소프트웨어 상에서 장비를 추가하면 실제 장비로도 보낼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계없이 연동이 되는 거지. 모듈러 쪽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VCV Rack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무료다.


추천해 주고 싶은 라이브셋 영상.

리차드 디바인(Richard Devine) 강력 추천한다. 모듈러를 가득 쌓아놓고 라이브셋을 선보이는데 엄두가 안날 정도다. 아래 영상은 장르는 다르지만 라이브셋 쪽에서 유명한 분들이다.



소리와 음악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어릴 때 살던 곳 주변에 공장이나 자동차들이 많았다. 반복적인 기계 소리 같은 소음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테크노였나 싶다.


ANSR에게 테크노란.

무한한 우주 공간. 새까만 우주에서 별이 반짝거리는 느낌? 우주공간이란 비주얼을 사운드로 표현하면 테크노일 것 같다. 넓기도 넓고.

소리와 음악의 경계 이야기하다가 든 생각인데, 공장에서 나오는 소음들이 무의식에 쌓여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작업으로 탄생했다고 생각하니 지금 내가 하는 테크노라는 게 향수일 수도 있을 것 같다.


GBG 유튜브를 통해 디제이 코난과 라이브잼을 선보이고 있다. 추후 계획이 있나?

이런저런 이야기는 하고 있는데 앞으로 구체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아직 서로 알아가는 단계? (웃음)


라이브셋 할 때 본인만의 팁이 있다면.

장비를 너무 많이 챙기지 않는 게 좋다. 처음엔 의욕 넘쳐서 많이 가져가는데, 역시 심플한 게 최고다. 체력을 아껴야 한다. 진짜 운송업이라니까. (웃음) 탑 아티스트들 보면 대부분 8트랙 넘기지 않는다.



photo@VIVAST


하고 싶은 것.

다양한 장소에서 라이브셋하는 걸 영상으로 많이 남기고 싶다. 404 ZERO처럼 오디오 비주얼까지 확장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한테 많이 알리고 싶다.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앞으로의 한국 테크노 신에 대한 생각.

충분히 커지고도 남을 신이라고 생각한다. 또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힙하지 않나. 이 바닥에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처음 시작한 것도 왜 한국에 이거 보여주는 사람이 없지?’ 이거였거든.


확실히 디제이도 많아졌고 앞으로 커갈 일만 남은 듯하다. ANSR의 신조가 있나.

술 조금 마시고 약 같은 위험한 것들 멀리하고, 자기만의 핵심, 철학을 가지고 정도(正道)를 지켜야 한다. 결국엔 그렇지 않나. 누군가는 빨리 확 뜰 수도 있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그럼 누가 봐도 인정해 주지 않을까.

@ woody_ansr303




photo@VIV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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