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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들 좀 내버려두자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DJ의 플레이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글: Dave Turner 일러스트: Lawrence Abbott | 2018-09-14
상상해보자. 만약 내가 셰프인데 어떤 손님이 주방에 들어와서 나보고 양파를 잘못 잘랐다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내가 헬스장 트레이너인데 기초반 수강생이 내가 조정한 웨이트 치수를 안 믿으면 어떨까? 내가 소방관인데 지나가던 사람이 나보고 호스 쥐는 법이 틀렸다고 하면? 이런 일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DJ들의 플레이 방식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걸까?

항상 그랬다. 너무 하드하게 플레이한다고 DJ를 혹평하는 페이스북 코멘트, 산뜻한 하우스 말고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한 테크노를 틀어 달라는 유튜브의 키보드워리어, 이비자의 Amnesia에서 Kevin & Perry가 영웅이 되었을 때 아마 기저귀를 차고 있었을 파릇파릇한 레이버들을 위해 또 허접한 트랜스 고전이 클로징을 장식했다며 불평하는 트위터리안…

Dekmantel 중심의 FOMO(고립공포감)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주말 내내 소셜미디어를 멀리했던 게 아니라면 가장 강력한 FOMO를 안겨줄 수 있는 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축제가 끝난 다음날, 불행이라는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한 사람이 분노에 가득 찬 채 Identification of Music Group에 질문했다. " 금요일에 Objekt가 UFO에서 튼 Avicii의 EDM 뱅어가 뭐였는지 아는 사람? 그 노래 완전 쓰레기 같았고 내가 그 사람 확 고소해버릴라니까."





참고할 점은 그 트랙은 고 Avicii의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EDM도 아니었다. 그건 Sophie의 ’Immaterial’이었다. 그의 불만은 `Theme From Q`에서 2017년 최고의 트랙을 탄생시킨 Objekt가 변화구를 던졌다는 거다. 어머 무서워라. 감히 신명나는 칩멍크 보이스가 가득한 튠으로 복잡미묘한 셋을 깨버리다니!? 페스티벌에 다녀와서 남아야 하는 건 재미있는 기억인데, 그걸 스스로 망치는 사람들은 신랄한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좋아요 수 몇 백 개 받을 기회를 놓쳐서 그러는 걸까?

그 일이 있기 2주 전 Brainfeeder의 아티스트 Ross From Friends는 Mixmag의 위클리 오피스파티 The Lab LDN에서 앵콜요청을 받고 Alice Deejay의 ’Better Off Alone’을 틀었다. 누군가는 전세계 클럽과 페스티벌에 트랜스의 행복감을 안겨주고자 하는 이 DJ를 두고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대체 왜 [Denis] Sulta의 수준으로 가는 건지” 이런 글도 올라왔다. “아아, 자멸로 향하는 선택을 해버렸음” 누구든지 자기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있는 것 맞지만 그냥 재미있게 즐기면서 그의 데뷔앨범을 축하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게다가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이 덕분에 잠시 동안 2000년으로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는 건 상당히 분명했다.

Soma 소속인 Rebekah가 5월에 밝힌 바로는 그녀가 직접 Elements 레이블 및 파티 쇼케이스를 시작한 이유는 ‘너무 빠르고 너무 거칠다며’ 역풍을 맞는 경험 때문이었다. 그녀가 공격적인 테크노를 하고 싶다면 그런 거다. 댄스뮤직은 자유와 표현주의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잊지 말길.





누군가는 테크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테크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의 DJ Nina Kraviz가 2016년 멜버른에서 공연을 했을 때 그녀의 ‘와일드한 레이브 믹스’에 뿔이 난 몇몇 레이버들이 환불요청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번도 전형적인 `doof doof`한 방식으로 테크노에 접근해본 적 없는 아티스트가 140bpm을 뛰어 넘어 Shadowwax의 ’I Want To Be A Stewardess’ 같은 가차없는 트랙으로 자신의 DJ 셋에 변주를 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걸까? Nina가 자신의 레이블 이름을 трип (‘트립’이라고 발음한다)이라고 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레딧(Reddit) 스크롤을 조금만 내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터.

비판에 대한 장문의 게시물에서 Nina는 ‘그들이 원한 건 세 시간 동안 길고 변동없이 이어지는 비트 내러티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후, Jackmaster 역시 똑 같은 감상을 말했다. " 오늘날 대부분의 댄스플로어에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건 익숙한 비트야. 가끔씩 점점 고조되는 변동없는 비트 말이야. 요즘 관중은 좀 더 하드한 음악을 좋아하는 듯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과 오픈마인드, 어쩌면 폭발적인 마인드야!" 그의 말이 맞다. 자기가 기대하지 않았거나 원하지 않은 음악을 DJ가 소개한다고 영 거리껴진다면 그냥 집에서 아카이브 레이브 영상이나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DJ들은 돈 받고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 자리를 빌어 새로운 사운드를 탐구하고 싶어 하거나, 장르의 경계를 넘어보고 싶어 하거나, 그냥 편하게 재미를 보고 싶어 하거나, 댄스플로어의 사람들을 교육시켜주고 싶어 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냅둬야 한다. 그러니 Skream에게 덥스텝을 다시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또 들면 잠시 멈추고 자기보다는 그가 DJ로서의 자격이 좀 더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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