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DJ들이 들려주는 페스티벌 호러스토리
늘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곳
Dave Turner | 2018-06-12
페스티벌을 시즌을 기다리는 마음은 크리스마스나 월드컵을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한 손에는 맥주를 꼭 쥐고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끝장나는 페스티벌 명곡들을 따라 부를 날이 언제 오나 하면서 말이다.

마음이 들뜨는 걸 누굴 탓하랴. 연일 열리는 파티로 정신을 놓게 하는 세계 곳곳의 환상적인 장소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뭣 같은 일은 꼭 일어나게 마련이기에 온갖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며 여름을 보낸 8명의 DJ들에게 그들이 겪은 페스티벌 호러스토리를 들어보았다.



Gorgon City



"몇 년 전에 나랑 내 매니저랑 친구랑 Glastonbury에서 쓸 낡은 VW 캠퍼밴을 렌트한 적이 있어. 페스티벌 현장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서머싯(Somerset)에 어떤 수상한 데서 빌렸는데 다들 잔뜩 신이 나서 차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출발한 거지. 내가 운전을 했는데 하다 보니까 기어 변동을 제대로 못 하겠는 거야. 핸들이 왼쪽에 있는 차였거든. 결국 중간에 몇 번 멈춰 서다가 겨우 도착해서 주차를 해놨어.

둘째 날 밤을 보내고 나서 우리 셋이 차에서 잠을 자고 있었어. 아침 9시쯤이었는데 나는 누가 아침으로 튀김을 만들고 있나 했는데 매니저가 나를 깨우면서 소리를 지르는 거야. “야, 차에 불났어!!!!” 나는 전날의 여파로 아직 몽롱한 상태여서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다시 잤어. 꺼지겠지 하면서. 몇 시간 뒤에 다들 완전히 깨고 보니까 하마터면 차가 완전히 날라갈 뻔했던 거야. 점화장치 케이블이 쭉 타다가 연료탱크에 닿기 직전에 꺼졌더라고. 우리는 고장난 차는 필드에 버려두고 주인한테는 욕을 퍼줬지."



T. Williams



"페스티벌에서 지옥의 경험들을 한 적이 몇 번 있긴 한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 호러스토리가 있어. 투어를 엄청 빡세게 할 때였는데 어떤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서 기차, 비행기, 장거리버스를 타야 했었어. 유럽의 한 도시에 가기 위해 총 18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했던 거야.

도착해서는 페스티벌 현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가방을 내려놓고 잠깐 쉬면서 뭣 좀 먹기로 했어. 첫 번째 셋이 도착 당일이었거든. 피자를 시켰는데 그때는 내가 유당불내증인 걸 몰랐던 거야. 거기다 피자가 도착했을 때 밖에서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내 신발이 비에 젖으면 안 되는 거였어. 배는 아프고, 짜증은 나고, 잠도 부족했지.

현장으로 가는 차를 탔는데 이미 20분은 늦어 있었어. 그런데 중간쯤 갔는데 미니버스가 진창에 빠진 거야. 그랬더니 운전기사가 우리보고 내려서 차를 밀라네. 비는 쏟아지는데 부츠는 없고 배는 아프고. 결국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 30분 늦게 무대에 올랐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보고 흥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 날은 진짜 머리 끝까지 화가 뻗쳤지."



Davide Squillace



"내가 아직 나폴리에 살 때니까 꽤 예전의 일이야. 도시 바로 바깥에서 어떤 행사를 했는데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부 시골마을이었어. 날씨는 약간 쌀쌀했는데 야외파티였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다들 두툼한 겨울재킷을 입고 있었어. 그게 이탈리아 남부 스타일은 좀 아닌데 어쨌든 Danilo Vigorito가 공연을 하고 있었고. 그 친구 덩치도 크고 상남자 스타일이잖아. 싸움 걸기 쉽지 않은 타입.

그런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부스로 쳐들어와서는 Danilo한테 소리를 지르면서 덱 밖으로 밀치는 거야. 당연히 우리가 그 남자를 얄짤없이 쫓아냈지. 그러고선 또 안 오겠지 하고 있었는데 30분쯤 뒤에 그 남자가 이소룡스러운 몸놀림으로 Danilo를 부스 밖으로 쫓아냈을 뿐만 아니라 덱 위에 뛰어 오르더니 장비들 위에서 가라데 같은 걸 막 하는 거야. 장비들이 무대에서 떨어지면서 20000kW로 증폭된 노이즈가 났지.

그게 끝이 아니었어. 그 남자가 십자가 위의 예수님처럼 양 팔을 뻗더니 이렇게 외치더라. “중대한 발표를 하겠다. 모두 잘 들어라!" 관중들 모두 입이 떡 벌어진 채 그 남자를 보고 있었어. 물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 친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그 남자를 부스 밖으로 끌어냈지. 그러고선 그 사람 아빠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정신 나간 당신 아들 챙겨가라고 했대."



Art Alfie



"페스티벌들을 도는 투어를 하던 때였는데 마지막 공연장소가 오슬로였어. 도착할 때 즈음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는데 괜찮아지겠지 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시내에 갔어. 잘못된 선택이었지. 괜찮아지긴커녕 점점 심해지더니 페스티벌에 도착할 때쯤 되니까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겠는 거야. 인간 화산이 되기 직전이었어. 그런데 화장실 시설을 보니까 이동식화장실 한 개뿐이더라고.

최악은 주최측이 내 셋타임에 끼워 넣은 워밍업 ‘공연’이었어. Hardware Mega Jam이라는 거였는데 나는 거기 도착할 때까지 그게 뭔지도 몰랐거든. 알고 보니까 사전에 참가자들이 경쟁을 해서 페스티벌에서 라이브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따내는 거였더라고. 사운드는 꽤 괜찮았는데 문제는 우승자 20명이 전부 그들만의 Euroracks인가 뭔가를 하는 거야. 그게 다 합쳐지니까 내가 그때까지 들어본 중 가장 참기 힘든 소리의 장벽이 세워지더라고. 생판 처음 보는 20명이 거대한 사운드시스템에 자기들 장비를 연결해서 서로서로를 자기 소리로 깔아뭉개려고 하는 걸 상상해봐. 싱크도 안 맞았을 걸.

나는 너무 아파서 그곳을 벗어나지도 못할 지경이었어. 겨우 진정을 하고선 무대에 올라서 셋을 시작했어. 두어 트랙까지는 잘 참았는데 그러다가 내 곡 `Flaunting`을 틀었는데 베이스 때문에 봉인이 풀린 거야. 결국 무대에서 뛰쳐나가서 이동식화장실에서 토를 하고는 30분 정도 만에 셋을 끝낼 수 밖에 없었지."



Josh Butler



"2주간에 걸친 호주투어 막바지였는데 토요일에 절롱(Geelong)에서 공연을 마치고 잠을 한숨도 안 잔 채 뉴질랜드 퀸즈타운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러 멜버른에 직행했어.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기 직전이었는데 파일럿이 갑자기 바람이 너무 세서 착륙을 못하겠다며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로 우회하겠다는 거야! 지도에서는 가까워 보이는데 차로는 여섯 시간 거리였다고! 가뜩이나 잠도 못 자고 씻지도 못 하고 차 한 잔도 못 마신 상태였는데 아주 돌겠더라고. 나는 정신을 반쯤 놓고 프로모터한테 문자를 보내면서 클럽에 갈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았어. 시간이 너무 없는 거야! 그러다가 우연히 Detlef를 만났어.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지 않았겠어?

열심히 짱구를 굴린 결과 두 가지 옵션이 있었어. 다 포기하고 잠이나 자러 가거나 렌터카를 빌려서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우리는 여기서 파티를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커피를 잔뜩 들이부은 채 출발을 했어. 45분쯤 달렸을까, 우리 안의 레이서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했어. 아름다운 시골길을 폭풍질주하는데 어느 순간 미러에 경찰차 램프가 보이는 거야. 우리는 차를 세우고선 최대치의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어. Detlef는 그리스어 억양을 잔뜩 살려서 이렇게 말했어. “저희가 너무 과속했나요?”

벌금으로 15만원을 떠나 보내고선 우리는 라디오에서 Smooth FM 뱅어들이 나올 때마다 목청껏 따라 부르면서 계속 운전을 했어. 마침내 공연 시작 직전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그 안에 에너지가 어찌나 와일드했던지 다들 잠을 못 잔 상태라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Ejeca가 못 와서 Detlef랑 내가 네 시간 동안 b2b를 해야 했어. 하지만 여행의 악몽을 가뿐하게 날려버릴 끝내주는 공연이었어!"



Boxia



"10년쯤 전에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갔어. 왜 그 특이하고 자유로운 영혼들을 위한 보헤미안 스타일 페스티벌 있잖아. 그런 거였어. 다들 정신줄 놓고 다니고, 그런데 또 여기저기에 애들이 뛰어다니고 있고. 아무튼 좀 이상했어.

브레이크비트 텐트 백스테이지에 있었는데 옆에 어떤 꼬마가 지나가는 거야. 이제 겨우 세 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꽤나 얼떨떨한 표정이더라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놀라웠겠지 다행히 나는 그 녀석이 혼자라는 걸 파악할 정도로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걔를 분실물텐트에 데려다 줘야겠다고 생각했어.

부모는 애가 없어진 지도 몰랐나 봐. 애기 부모를 겨우 찾았는데 상태가 말이 아니었어. 말 한 문장도 제대로 못하고 있더라고. K 홀 깊숙한 곳을 헤매고 계신 것 같던데 내가 뭐 남 말할 처진가. 어쨌든 애기는 부모를 잘 찾아갔고 나는 그 날 하루치의 선행은 다 한 것 같았어. 불쌍한 꼬마녀석. 돌이켜보면 걔를 백스테이지에 그냥 있게 할 걸 그랬어. 차라리 거기서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는데 말이야!"



Andy C



"라스베이거스의 Electric Daisy Carnival 때야. 2016년이었던 것 같아. 공연을 하러 갔는데 분위기가 엄청 좋았어. 무대에 올랐는데 두 번째인가 세 번째 튠 때였는데 폭죽장치 불꽃이 무대 구조물에 옮겨 붙어서 완전 불바다가 된 거야. 한 명이 프로판가스를 잠그러 무대 밑으로 뛰어 내려가고 다들 혼비백산해선 뿔뿔이 흩어졌어. 소방차를 불렀고. 관중은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을 못하는 것 같았어. 나는 그걸 올려다보면서 와 어떡하냐 하고 있었어. 그러다 사람들이 상황을 깨달으면서 아주 홍해가 갈라지는 것 같았어. 진짜 위험할 뻔했지.

좀 당황스러웠던 게, 분명 내 눈 앞에 1만 명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텅 빈 공간에 바닥에는 형광봉 몇 개만 굴러다니고 있는 거야. 12시간 비행에다가 세 시간 동안 교통체증을 뚫고 와서 세 곡 공연하고 끝이었어.

불을 다 끄고 나서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어. `Andy, 다음 공연 진행하기 전에 몇 곡만 더 틀어 봐.` 그리고는 다시 사람들을 무대로 불러와서 나는 5분 동안 House Crew의 `Keep The Fire Burning`을 틀었지."



Sub Focus



"아마 10년쯤 전이었을 건데 러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Ekaterinburg)에서 열린 대형 드럼앤베이스 페스티벌에서 공연했을 때야. 거기까지 가느라 모스크바에서 경유를 했는데 갈아탄 비행기가 무슨 군용비행기같이 생기긴 했는데 상용비행기였어. 내부는 우리한테 익숙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메탈 재질이었고. 비행기에서 몽고인 여자를 만났는데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고 영어는 잘 못하길래 종이에 글씨를 써서 대화를 나누기로 했어. 그 여자는 나한테 ‘비틀즈 좋아해?’ 라든가 ‘결혼했어?’ 이런 질문들을 했고 그때까지는 그럭저럭 즐거웠지.

나는 여행길에 알게 된 다른 세계적인 DJ들 몇 명하고 같이 공연을 하게 돼서 기대감이 굉장히 컸어. 파티는 끝내줬는데 베뉴 안은 절절 끓었어. 아마 우리가 쓰는 무대에서 불쇼 댄서들이 같이 춤추느라 더 그랬을 거야. 내 셋을 끝내고 20분쯤 뒤에 나는 무대 위에서 놀고 있었는데 베뉴에 불이 났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다들 밖으로 몰려 나왔어. 어떤 DJ는 재킷도 못 건지고 나왔더라고. 우리가 방금 전까지 있던 창고 셔터에서 시커먼 연기가 펄펄 나던 게 아직도 기억나.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어. 다만 베뉴는 완전히 불타서 재만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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