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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레이브: 파티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프로모터/DJ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에서 레이브를 하는 Blade & Beard
Andy Buchan | 2017-09-26
프로모터들이 하는 고민은 대개 거기서 거기다. 어느 DJ를 섭외할지, 어떻게 하면 베뉴 오너의 마음이 풀릴지, 어떤 청구요금을 서비스로 돌릴 수 있을지 등이다. 그런데 이란의 프로모터들이 하는 고민은 좀 더 하드코어다. 파티를 열었다가 잡히면 형을 선고받지 않고 풀려날 수 있을지, 이란의 사막에서 해가 뜰 때까지 춤을 출 수 있도록 경찰에게 뇌물을 충분히 먹였는지 등이다. 이란은 불과 얼마 전에 여섯 명의 음악팬들에게 Pharrell Williams의 ‘Happy’를 따라 불렀다는 죄목으로 각각 채찍형 91대를 집행한 나라다.

당국에는 Anoosh & Arash로 알려져 있는 Beard and Blade는 말한다. “레이브를 벌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해. 당연히 불법이고.” 그들은 작년에 이란 내에서 프로모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의 경험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했으며 현재 DJ로서 Tomorrowland 등 유럽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Susanne Regina Meures는 말한다. “사막이나 산지에서 여는 야외파티는 아무도 모르는 외딴 곳에서 극비리에 진행됩니다. 장비를 빌려야 하고, 경찰검문을 기꺼이 우회해줄 버스기사를 찾아야 합니다. 지방 관리들과 당국에 뇌물도 먹여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환경에서도 파티를 즐길 배짱이 있는 친구들을 찾아야 하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란에는 본질적으로 클럽씬이 없다. 음악과 연극, 영화, 소설 등 사실상 모든 형태의 예술은 먼저 문화이슬람지도부(Ministry of Culture and Islamic Guidance)의 허가 및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음악프로듀서인 Mehdi와 Hossein Rajabian은 최근 ‘반국가적 선전행위’로 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 선전행위라는 게 그냥 친구들과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만든 것이지만. 그런가 하면 3천5백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래퍼이자 싱어송라이터인 Amir Tataloo는 ‘서양의 부도덕을 퍼뜨린다’는 혐의로 5년 복역형과 채찍형 71대를 선고받았다. 하우스파티를 벌이다 경찰에 적발된 학생들은 채찍형 99대를 받았다.

“이란에는 레이브씬이 없어.” Beard & Blade는 말한다. 하지만 이란을 떠나 두바이 근처에 굉장히 믿음직한 테크노 나잇 Analog Room을 세운 Mehdi Ansari의 말에 의하면 이란에도 뿌리 깊은 문화적 씬이 있다고 한다. “이란의 문화는 수천 년 전부터 미술과 음악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이제 와서 그걸 멈출 수는 없어. 사람들은 그들의 집에서, 마당에서, 공장에서, 그리고 숲과 사막 같이 외딴 자연에서 매주 파티를 하며 초절정 언더그라운드씬을 구축했어. 그런 곳에서 분명히 벌어지고 있어. 다들 파티를 하지만 입도 뻥끗 안 할 뿐이지.”

지금까지는 그렇다. 18개월 동안 테헤란에서 촬영된 [Raving Iran]은 황혼에서 새벽까지 벌어지는 Beard & Blade의 사막레이브를 면밀히 기록했다. Meures감독은 몰래카메라로 문화이슬람지도부 현장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Meures는 말한다. “Anoosh & Arash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억압받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대변합니다. 동서로 나뉜 채, 교육을 받아도 급여를 충분히 주는 직장을 찾을 수 없고, 여행을 할 수도, 세상을 경험할 수도 없고, 그들의 음악을 절대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가 없어요. 말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벌어지는 레이브는 아름답다. Meures는 그것을 이렇게 묘사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강압적인 정치체계의 눈이 주의 깊게 지켜보는 가운데, 다채로운 아이들이 황홀경에 젖어 페르시아의 사막에 모여 자기만의 유토피아에서 춤을 추는 현장입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그 극과 극의 모습을 고스란히 증거한다.



어쩌면 진정한 승자는 Beard & Blade처럼 그곳을 떠날 수 있는 자들이다. 수년 동안 파티를 주최하고 몰래 음악을 만들어 팔아온 그들은 2014년 취리히스트리트퍼레이드(Zurich Street Parade)에초대되었다. 그곳의 개방적인 클럽씬과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빠져든 두 사람은 친구들과 가족을 모국에 남겨둔 채 스위스로 망명했다. 그것은 댄스뮤직커뮤니티의 개방성 덕분에 가능했던, 인생을 바꾸는 중대한 결정이었다.

올 여름 동안 Tomorrowland 등 유럽 전역에서 공연을 펼치고 Futurist에서 최신 EP를 발매한 그들의 미래는 밝다. 이란의 드문드문 흩어져있는 클럽씬은 그렇지 않지만.

Beard & Blade는 말한다. “혁명 이후로, 좋아진 것도 있고, 나빠진 것도 있어. 하지만 이란에서 레이브를 시작할 수 있으려면 법과 규정이 바뀌어야 돼.”

Meures도 같은 마음이다. “내 의도는 정치성을 띤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발언권을 줌으로써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그게 결국엔 정치적이라 할 수 있겠죠. 노출은 올바른 방향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이지만 현재의 상황을 바꾸려면 갈 길이 멉니다. 네, 맞아요. 이란에는 변화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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