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장르가 비평가에 의해 정해지지만, 영국의 음악가 NAO는 자신의 음악을 Wonky Funk로 정의한다. Dubstep과 Hip Hop을 섞은 장르로 일컬어지는 Wonky와 Funk를 섞은 이 명칭은 90년대, 2000년대의 Neo Soul을 나른한 비트와 두드러지는 리듬을 재해석한 NAO의 음악과 매우 잘 어울린다. 그는 자신의 음악과 Neo Soul을 분간하기 위하여 Wonky Funk라는 장르명을 정했다고 한다. Neo Soul이 D’Angelo의 색이라면, NAO의 음악은 지금 시점의 음악으로 번역하는 식. Neo Soul에서 받은 영향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길을 뒤 따라가지 않겠다는 NAO의 뚝심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어쩌면 Wonky Funk는 지금의 Neo Soul처럼 10년, 20년 후에 R&B를 대표하는 장르로 자리 잡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유는 단연 그의 음악에 담긴 매력이 매우 뚜렷하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면 NAO의 음악은 늘 이목을 끌어왔다. NAO가 처음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아카펠라 그룹 The Boxettes가 영국 매거진에 ‘흥미로운 팀’으로 꼽혔고, Soundcloud에 무료로 공개한 솔로 EP [So Good] 또한 주목을 받아, 많은 인터넷 매체가 NAO의 이름을 주목했다. ‘ Bad Blood’의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 비디오 플랫폼 Vimeo에서 상을 받고, 당시 ‘올해의 뮤직비디오’ 따위에 NAO의 ‘Bad Blood`는 빠지질 않았다.
Noisey 매거진에 의하면, 흥미롭게도 NAO는 영국 나이로 15살 때 Grime MC를 꿈꿨다고 한다. 당시 그의 Grime 활동명은 Jess. Z. J. 하지만 Grime MC로서의 NAO는 썩 훌륭하지 못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NAO의 음악 또한 Grime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아름답고 소울풀한 음악, Aliyah, Janet Jackson 혹은 Nina Simon의 면모와 가깝다. 그 배경에는 NAO의 학교가 있다. 그는 Guildhall School에 입학하여 Jazz 보컬을 공부했다. 졸업 이후 NAO는 몇 년간 남런던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백 보컬으로 일했는데, 이때 음악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Jess. Z. J.의 음악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것과 달리, NAO의 음악은 Soundcloud를 통해 세상에 등장했다.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가진 레이블도 등장했다. 하지만 NAO는 자신의 독립 레이블 Little Tokyo를 설립했다. 이 레이블에 발표한 음악이 앞서 언급한 [So Good]이다. Bass가 두드러지고, 영국의 전자음악이 듬뿍 담긴 [So Good]은 NAO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기대주로 인식시키는 데에 톡톡히 공헌했다. 2년 후 발표한 EP는 [February 15] 더욱 지저분한(좋은 의미로) Bass와 NAO의 소울풀하면서도 어두운 목소리가 더해져, NAO라는 이름을 모두가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과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두 장의 EP를 거쳐 등장한 첫 스튜디오 앨범 [For All We Know]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고 재밌다. Funky한 Electro-Soul과 R&B는 지금을 살아가는 음악 애호가 대부분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르다. NAO의 목소리가 이 장르와 매우 어울림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 NAO가 이를 매번 증명해왔기에, 전 세계에서 NAO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NAO가 자신의 롤모델로 영화 [X-Men]의 Storm(날씨를 관장하는 능력을 가진 엑스맨)을 꼽은 적이 있다. NAO는 어릴 적 특별한 팀에서 엄청난 재능과 힘을 가진 흑인이자 여성인 Storm을 보고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NAO에게 초능력은 없을지언정, 그가 가진 재능과 흑인 여성으로의 정체성이 누군가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거 Storm을 본 NAO와 비슷할 것만 같다. 실제로 NAO는 ‘Bad Bloood`에서 자신을 영향력을 가진 신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NAO는 어떻게 Storm과 비슷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당신이 NAO의 음악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나름의 해답을 눈과 귀에 펼쳐줄 것이다.
글 / 심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