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pedia에 접속해 `Thundercat`을 검색해보자. Kendrick Lamar, Kamasi Washington, Flying Lotus, Taylor McFerrin, Erykah Badu, Childish Gambino, Mac Miller.... 그는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앨범에 참여했다. 그가 베이스 연주자로서 지닌 재능을 많은 이가 인정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그를 단순한 세션으로 이야기하기에는, 그가 걸어온 발자국이 너무나도 뚜렷하다. 그 발자국을 처음부터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Thundercat이 어떤 음악가인지 얼핏 짐작이 가능하다. 그의 음악 경력에서 중요했던 5가지의 순간을 소개한다.
태어나다
누구나 태어났기에 존재하는 만큼, Thundercat의 순간을 이야기하며 태어남을 하나의 주제로 쓰는 건 얼핏 우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가 어떠한 집안에서 태어났는지를 다루는 건 그의 경력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의 아버지가 다름 아닌 Ronald Bruner Sr.이기 때문이다. Ronald Bruner Sr.은 Diana Ross를 비롯해, The Supremes, The Emotions, The Temptations, Gladys Knight 등, 7~80년대를 풍미한 유명 음악가들의 앨범에 드럼 연주자로 참여했다.
Ronald Bruner Sr.는 자신의 음악적 유산을 자신들에게도 남기길 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아들들을 교회에 데려와 자신의 공연을 보게 하고, 음악을 즐기는 법을 가르쳤다. 이러한 유산을 받아들인 탓일까? Ronald Bruner Sr.의 세 명의 아들들은 모두 Grammy Awards에 지명되었다. 그 이름들도 흥미롭다. Stanley Clark의 드럼 연주자였던 Ronald Bruner Jr.와 밴드 The Internet의 키보드 연주자였던 Kintaro가 그의 아들들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 Thundercat이 있다. 뚜렷한 경력을 지닌 아버지와 그 경력을 이어받은 형제들. Thundercat은 태어날 때부터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었다.
`Thndercat`이라는 이름
Stephen Bruner가 Thndercat이라는 이름을 얻는 순간과 과정 또한 음악과 연관이 있다. Stephen Bruner가 처음으로 메이저한 음악 경력을 추가한 건 청소년 때였다. 2살 때부터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는 드럼의 영재, Ronald Bruner Jr.와 함께 펑크 밴드 Sucidal Tendencies의 멤버로 활동한 게 바로 그것이다. 당시 Sucidal Tendencies의 멤버 Robert Trujillo가 Metallica로 옮겨가며 빈자리를 Stephen Bruner가 채우게 된 것.
Sucidal Tendecies의 멤버로 활동하며 Stephen Bruner는 여러 음악가의 인정을 받고, 그들의 음반에 세션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중 Erykah Badu의 [New Amerykah, Pt. 1]에 참여할 때, 함께 음반을 만들던 Sa-Ra의 멤버가 Stephen Bruner를`Thundercat`이라 부른 걸 시작으로, Stephen Bruner는 Thndercat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후 Shafiq Husayn, Bilal, Snoop Dogg 등과 함께 하며 서서히 음악적 경력을 쌓는다.
Flying Lotus와 Brainfeeder
Thundercat은 세션 활동을 전전하면서도 자신의 음악을 만들었다. 그런 그가 이름을 내걸고 음악을 발표하게 된 레이블이 바로 Brainfeeder다. 그 계기는 Flying Lotus와의 만남이었다. 2010년도에 Flying Lotus의 앨범, [Cosmogramma]의 보컬 및 베이스로 참여한 것이 둘이 처음으로 함께 음악을 만든 순간이다. 재즈를 기반에 둔 현대적인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Flying Lotus와 Thundercat은 교집합이 있었으며, 이 만남은 Thundercat의 데뷔 앨범 [The Golden Age of Apocalypse]에 Flying Lotus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기까지 이어진다. Thundercat은 Brainfeeder와 계약하여 현재까지 한 장의 EP와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였다.
친구의 죽음
Thundercat이 발표한 두 번째 앨범 [Apocalypse]는 전작에 비해 훨씬 어두워진 분위기가 먼저 귀에 들어온다. 내용 또한 상실에 의한 슬픔과 죽음이 앨범 도처에 깔려있다. 이는 친구이자 같은 레이블의 동료 음악가인 Austin Peralta가 바이러스성 폐렴과 알콜 및 마약 합병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쾌한 베이스 리듬이 주도했던 [The Golden Age of Apocalypse]와 비교하여 [Apocalypse]는 묵직하고 간결한 베이스라인과 오묘한 느낌을 전달하는 신디사이저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앨범 이후로 Thundercat은 음악 경력상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다. Mac Miller, Flying Lotus, Kendrick Lamar, Kamasi Washington 등 유명 음악가의 정규 앨범에 참여하며 세션으로의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러한 상승세는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 [Drunk]로도 이어졌다.
[Drunk]
앞서 [Apocalypse]에는 죽음과 상실이 담겨있다고 말한 바 있다. [Drunk]는 다르다. 항상 Left-Field에 머물렀던 그의 음악-Jazz, Funk, Indie Rock 등-은 [Drunk]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는 죽음 대신 인간의 삶 전반을 이야기하며 한 발자국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다. `Captain Stupido`에서 "I Feel Weird"라고 반복하는 이유는 이러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앨범의 구조를 보아도 전작과의 내용 차이는 명확하다. 앨범 흐름을 보면 죽음을 다루는 `Lava Lamp`, `Jethro` 이후 절망을 이겨내고 희망을 찾아가는 `Show You The Way`가 나온다든지, 사회 문제나 현대 사회에서의 관계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그렇다. 어두운 면모를 다루던 [Apocalypse]와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Thundercat은 첫 곡 `Rabbot Ho` 와 마지막 곡 `DUI`을 비슷하게 구성하며 삶과 죽음은 반복된다는 의미 또한 담아낸다.
Holiday Land Festival
Holiday Land는 사실 독자들과 관객들을 위한 순간이다. 지금껏 늘어놓은 이야기들은 결국 Holiday Land에 예정된 그의 라이브를 감상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기 때문. 그가 음악에 담은 죽음과 삶에 관한 고찰을 라이브로 감상할 기회가 흔치 않기에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Thundercat이 [Drunk]에서 베이스 연주와 팔세토 보컬을 마음껏 담아냈다는 점도 라이브를 기대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다. 한국을 거쳐 간 많은 음악가가 관객들의 환호와 반응에 감동한 나머지 내한 공연을 약속한 것처럼, Thundercat도 다시 한국을 찾을지도 모른다. Thundercat에게도 관객에게도 Holiday Land는 그 순간을 위한 첫 번째 발자국이 될 것이다.
글 / 심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