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동차와 헤드기어...
Jamiroquai의 장황한 커리어를 돌아보면 이렇게나 거슬리지 않는 음악을 하는 밴드에 대한 의견이 어쩌면 이렇게 갈리는지 놀라울 정도다. 알맹이 없는 배경음악용이라는 조소를 당하든지, 블루아이드 소울그루브라며 팬들의 사랑을 받든지, 90년대 초에 애시즈재즈 퓨전으로 탄생해서 디스코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파워하우스가 되기까지 Jamiroquai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Jay Kay 덕분에 늘 파란만장한 시간을 겪어왔다.
2000년 언저리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를 보낸 Jamiroquai는 마침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신보 `Automaton`으로 7년의 공백을 깬 그들이 심지어 새로운 헤드기어와 함께 새롭게 투어를 시작한다.
Jamiroquai의 가장 상징적인 순간들을 살펴보자.
1. ‘Virtual Insanity’ 뮤직비디오
Jamiroquai의 역사에서 단연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는 이 뮤직비디오는 미국에서 재즈펑크 팬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영상을 재현하느라 자기 집 거실을 뒤집어 엎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이런 놀라운 비주얼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감독을 맡았던 Jonathan Glazer는 사람들에게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천 원씩 받았다면 지금쯤 백만장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굳이 그러지 않아도 이미 백만장자인 것 같긴 하지만). 결국 CG효과가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았던 시대에 씬을 따로따로 찍어 만든 것이고 페이크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Jay Kay의 날쌘 움직임과 인상적인 배후작업 덕분에 물흐르듯 스무스한 뮤비가 완성된 것이다.
2. 디제리두 전문 연주자가 포함된 오리지널 라인업
디제리두는 딱히 디스코 난장에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연주하기 극도로 어려운 악기이며 다른 건 몰라도 펑크와는 거리가 멀다 싶은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러나 Jamiroquai는 초기 퓨전 시절에 알게 뭐냐는 식으로 1,500년 된 전통악기를 무대 위로 올렸다. ‘What You Gonna Learn’부터 ‘Didgin Out’, `Emergency On Planet Earth`의 오프너에서 Wallis Buchanan이 실력을 발휘했다. 디제리두가 라이브 서킷에서 얼마나 돋보였는지 영상에서 직접 확인해보자.
3. ‘Emergency On Planet Earth’의 환경인식
Jamiroquai의 데뷔앨범에 대해 이야기할 때 Jay Kay의 가사가 말이 안 된다며, 그저 우주소녀와 빠른 차에 대해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을 뿐이라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쟁과 국제적 빈곤과 기후변화에 대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데뷔앨범의 타이틀트랙을 보자. “굶주린 땅의 어린아이는 그저 뉴스 속의 사진 한 장일 뿐, TV 광고에서 그를 볼 순 없을 거야. 네가 먹을 양식을 빼앗아갈 테니까(And a little boy in hungry land, is just a picture in the news, won`t see him in that TV advertising, `cause it might put you off your food)’. 아니, 심장 한 켠이 찌릿해지지 않는가? 그가 1,300대의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속지 말자. 그의 말마따나 차는 한 번에 한 대씩만 몰 수 있으니까
4. Jay Kay, Top Gear에서 Simon Cowell을 꺾다
Top Gear의 평온한 시절을 기억하는가? 철부지 남자 셋이서 일요일마다 나와 한 시간 동안 자동차로 장난질을 치던 시절 말이다. 그랬던 의기양양한 젊은 시절에 Jay Kay는 Top Gear의 제왕이었다. 그가 위의 영상에서도 말하듯, 음악과는 아무 관계 없으며 세상에서는 더 중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꿀성대와 그 `멍청한` 모자가 합리적인 가격의 차량의 스타 시승기 코너(Star In A Reasonably Priced Car)에서 가장 빠른 스타로 리더보드 꼭대기에 등극하는 모습은 어쩐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가장 큰 이유는 One Direction을 배출한 Simon Cowell이 1위를 차지할 땐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5. ‘Canned Heat’이 영화역사상 최고의 댄스씬에 등장하다
인스턴트 컬트 클래식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Napolean Dynamite, 2004)는 십대의 상상력을 독보적으로 포착한 영화다. 한 세대의 영화팬들에게 있어 Vote For Pedro 티셔츠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며 해쉬포테이토인 ’tots’는 여전히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음식이다. 하지만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씬은 나폴레옹이 학교 장기자랑에서 Jamiroquai의 보증된 명곡 ‘Canned Heat’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다. 영상을 보면서 웃음을 참을 수 있다면 참아보길.
6. Jay Kay, 녹색 페라리에 백만 파운드를 투척하다
Jay Kay의 굉장히 강력한 스킬 중 하나가 탐닉이라는 것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헤드기어라든지, 전용기라든지, 버킹엄의 맨션이라든지 말이다. 그는 거의 모든 락스타의 클리셰를 철저하게 따르며 산 인물이지만 음악으로 대박을 치기 전에 노숙생활을 경험해본 것을 생각해보면 약간의 과소비는 눈감아줄 수 있지 않나 싶다. 아무튼 그가 초록색 페라리에 백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쿨하게 쓸 때도 그랬다. 하지만 바로 그게 Jamiroquai 아니겠는가? 풀 스트링 섹션(full string section)을 메인스트림에 다시 도입하고 Studio 54의 최고 전성기 때 정기적으로 영감을 끌어내었던 밴드 말이다. 이 순간에 상징성이 부여된 이유다.
7. 모자
음악계뿐 아니라 그 어디서든 가장 예측 불가능한 패션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Jay Kay의 모자들은 어번 레전드다. `Virtual Insanity` 영상에 등장한 것부터 (이 스타일은 이후 Pharrell Williams와 패션쇼 무대에서도 차용되었다) 이 무기 같이 생긴 헤드기어까지, 날카롭고, 황당하고, 무엇보다 철저하게 눈에 띈다. 모자가 어떻게, 왜 Jamiroquai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8. Late Night Tales 컴필레이션
그들의 커리어에서 사색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Jamiroquai의 사운드를 형성한 영향력을 탐구하기 위해 스튜디오 밖으로 나온 ‘Late Night Tales’는 Jay Kay의 다양한 음악적 영감을 드러내는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다. 디스코부터 소울과 펑크까지, Marvin Gaye와 Dexter Wansel 등이 음반에 참여했다. Leon Ware의 ‘What’s Your Name’에서 Jay Kay는 이렇게 말했다. "가사적으로 굉장히 여름 같고, 굉장히 가볍다. 이런 트랙을 듣는 것만으로 너무나 신이 난다."
9. 로고
음악계에서 이보다 더 상징적인 로고가 있을까? (Aphex 로고 빼고^^)
10. Roundhouse 공연 티켓이 60초만에 매진되다
많은 사람이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헤드라인이었다. 1월에는 신보 `Automation`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알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3월31일 런던 Roundhouse 공연 티켓이 1분도 채 되지 않아 전량 소진되었다. 7년 간 음악을 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얼마나 상징적인 그룹인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