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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20주년을 맞는 앨범 20선
1997년에 건배를!
Dave Turner & Louis Anderson-Rich | 2017-04-26
‘일렉트로닉뮤직’과 ‘1997년’이라는 두 단어를 함께 놓고 말한다면 Daft Punk의 데뷔앨범 `Homework`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리 없다. 불규칙적인 리프로 판도를 바꿔놓는 등 너무나 강렬한 영향력을 가진 앨범인지라 우리는 20주년을 맞은 “Homework”를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당시 마법 같은 일을 해낸 게 Daft Punk만은 아니다. 역시 프랑스 출신인 Laurent Garnier와 Etienne De Crecy 역시 프랑스의 클래스를 증명했고 Moodymann, Carl Craig, Larry Heard는 탁월한 하우스와 테크노로 미국을 대표했다. 더 나아가 드럼엔베이스를 메인스트림으로 올려놓은 Roni Size와 Reprazent도 있고, Radiohead, Björk, Portishead의 보컬앨범도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앨범이 있으니 하나씩 들어보며 1997년에 우리의 귀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추억을 되살려보자.


Autechre `Chiastic Slide`



영국 그룹 Autechre의 4집 정규앨범은 그야말로 엄청났던 3집 ‘Tri Repetae’의 후속작이어선지 몇몇 리뷰어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3집이 IDM을 정의하는 앨범들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만큼 그 수준을 뛰어넘기란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20년이라는 세월을 돌아보면 역사는 ‘Chiastic Slide’를 외면하지 않았다. 로봇처럼 삐걱거리는 ‘Cipater’부터 시작해서 뚝뚝 끊기는 매력의 ‘Niuane’에 이르기까지 기계음의 무기고라고 할 수 있는 이 앨범의 사운드는 마치 미래에서 온 듯하면서도 동시에 다이얼접속 시대의 인터넷 특유의 꾸르륵거리는 사운드를 반영한다.



Daft Punk `Homework`



올해는 현존하는 일렉트로닉뮤직 앨범 중 가장 중대한 앨범이 발매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Thomas Bangalter와 Guy-Manuel de Homem-Christo가 한 것처럼 강력한 문화적 상징을 탄생시킨 댄스앨범이 또 있을까? ‘Discovery’는 엄청난 히트를 친 ‘One More Time’ 덕분에 대중성이 좀 더 높을 수 있으나 그 초석을 깐 것은 ‘Homework’다. Thomas와 Guy-Man은 당시 싹을 틔우던 프렌치터치 사운드에 그들만의 로큰롤 향미를 곁들여 ‘Da Funk’와 ‘Alive’ 같은 트랙들을 만들어냈으며 ‘Around The World’에서는 보다 미래적인 사운드를 완성했다.



Björk `Homogenic`



Björk는 자신의 전성기였던 1997년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3집 앨범 `Homogenic`을 발표했다. 전작들 `Debut`와 `Post`가 댄스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Homogenic’은 오케스트라 스트링과 변속적인 기계적 비트, 차가운 트립합의 물결을 넘나든다. 이 아이슬란드 출신 뮤지션이 세계무대를 밟은 일렉트로닉뮤직 아티스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는 사실을 기억나게 해주는 앨범이다.



Brian Eno `The Drop`



Brian Eno는 음악적 선구자다. 광범위한 백카탈로그를 지닌 전 Roxy Music 멤버의 작품에는 타협의 기색이 없다. ‘The Drop’은 그가 한창 전통적인 작곡법에 인상주의와 앰비언트 인스트루먼탈 트랙을 시도하던 시절에 낸 작품이다. 고장 난 듯한 드럼머신 사운드와 환희에 찬 톤, 신시사이저 색소폰에 기괴한 피아노… 그 결과로 탄생한 ‘Drop Music’은 Eno의 팬들에게 환영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7년, 이상한 사운드트랙을 원하는 이상한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Carl Craig `More Songs About Food and Revolutionary Art`



Carl Craig의 데뷔작 ‘Landcruising’의 뒤를 이은 앨범은 디트로이트의 아티스트 2차 물결을 타고 나온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원조 테크노 개척자들의 미래주의를 따른 이 앨범은 앰비언스 느낌을 풍기며 `Butterfly`와 `Dreamland` 같은 근사한 트랙들로 1997년에 나온 다재다능한 앨범들 중 하나가 되었다. OG 팬들은 트랙들의 길이가 짧아졌다며 Rush Hour의 2014 재발매를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고장 난 게 아니면 고치질 말아야지.



Drexciya `The Quest`



타협을 모르는 디트로이트의 듀오 Drexciya의 팬들은 충심이 지극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Drexciya가 전설이 된 것은 1995년에 Underground Resistance를 통해 ‘Aquatic Invasion’ EP를 내고 나서다. 같은 해에 Warp를 통해 ‘The Journey Home’ EP를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기세를 탄 그들의 데뷔작은 Mad Mike의 Submerge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The Quest’다. Submerge 레이블은 살인적인 드럼과 애시딕한 베이스라인으로 무장한 물속의 괴물이다. 다음 잠수함 소풍 때 챙기면 완벽할 사운드트랙이다.



Etienne De Crecy `Super Discount`



프랑스의 하우스뮤직이 대세를 타던 시절(`Homework` 참고), Etienne De Crecy의 ‘Super Discount’ 앨범은 최적의 시기와 장소에 나온 최적의 트랙들이었다. 트랙리스트에 여러 아티스트(Alex Gopher, Air, DJ Tall)의 이름이 올라 있어선지 컴필레이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앨범노트에 유일한 프로듀서로 올라있는 사람은 엄연히 De Crecy다. 오르막 내리막을 타는 하우스 그루브와 다운템포 트랙들의 컬렉션을 듣다 보면 담배 한 갑 사들고 파리로 향하고 싶어질 것이다.



Larry Heard `Dance 2000`



시카고의 하우스 개척자 Larry Heard가 이 딥하우스 명작을 낸 1997년은 진정 그의 전성기였다.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낸 4집 앨범인 ‘Dance 2000’에는 감미로운 그루브와 산뜻한 신스 텍스쳐가 가득하다. Heard가 Mr Fingers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통틀어 가히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유의 베이스라인은 ‘Calm To Panic’에서 두드러지며 ‘And So I Dance’의 키 역시 결코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안개 낀 토요일과 느긋한 일요일에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Laurent Garnier `30`



Laurent Garnier가 프랑스의 레지옹도뇌르(Legion of Honour) 훈장을 받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몇 가지 이유는 여기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 `30`도 또 다른 일등공신이다. 앰비언스와 테크노, 덥, 애시드, 하우스…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몰아치는 오프너 `Deep Sea Diving` 때문에 앨범이 다운템포 쪽으로 가는가 싶지만 사실 LG는 단지 리스너들을 장르의 여정으로 인도할 뿐이다. 그와 Haçienda의 관계가 `Mid Summer Night`과 `The Hoe`에서 빛을 발하고, `Crispy Bacon`은 댄스플로어를 지배하는 LG의 실력을 증명한다.



Luke Slater `Freek Funk`



Luke Slater의 `Freek Funk`는 시작부터 대놓고 거친 테크노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지만 전자음으로 가득 채운 강렬한 ‘Origin’이나 쉴새 없이 몰아치는 ‘Engine One’에 비하면 공원에서 산보하는 느낌이랄까. 누가 테크노 장르의 핵심인물의 작품이 아니랄까봐 16개의 트랙 전반에서 테크노가 사납게 짖어대지만 트립합 풍의 `Zebediah`와 마지막 곡인 `Walking The Line`이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한다. Slater는 요즘에는 본명을 사용하지 않고 Ostgut Ton 등의 레이블에서 Planetary Assault Systems라는 예명으로 활동하지만 `Freek Funk`를 통해 그가 20년 전에는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기억을 되살려보자.



Moodymann `Silentintroduction`



"What am I gonna do, gonna do, gonna do, gonna do?" Moodymann의 `I Can`t Kick This Feeling When It Hits` 가사다. 중독성이 어찌나 강한지 발매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페스티벌 사운드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곡이다. Kenny Dixon Jr.는 데뷔앨범 `Silentintroduction`을 발매하기 3년 전부터 이미 음반을 내고 있었지만 그에게 하우스뮤직 엘레강스의 전달자라는 왕관을 씌워준 건 바로 이 작품이었다. `The Third Track`의 활기찬 박수소리부터 `Answer Machine`의 부드럽고 우아한 음색까지, 하우스뮤직이 세워진 발판, 바로 근심 없이 즐거운 분위기를 포착한다.



Photek `Modus Operandi`



modus operandi는 어떤 일을 하는 특정한 방식 혹은 방법을 뜻하는 명사다. Photek이 자신의 데뷔앨범 제목을 이 라틴어 단어로 지은 것도 꽤나 탁월한 방법이었다. `Natural Born Killa` EP로 일찌감치 Metalheadz에 합류한 Photek의 흠잡을 데 없는 프로덕션에 메이저 레이블 Virgin이 관심을 보였고, 1995년에 댄스 서브레이블 Science로 그와 계약을 맺었다. 2년 뒤, `Modus Operandi`가 준비되었고, 우주에서 온 듯한 정글과 드럼엔베이스 트랙들 10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차근차근 명작의 자리에 올랐다. 장난스러운 프로드 사운드에 휘몰아치는 분위기의 `Aleph 1`가 독보적이며, `Axiom`은 심플한 드럼 킥과 생물체의 소리 같은 미묘한 사운드 사이를 질주한다. 킥과 드럼이 전부가 아니다. 일단 피아노 베이스의 정교한 타이틀 트랙을 들어보자.



Plaid `Not For Threes`



1997년은 진정 인더스트리얼 비트가 풍작을 이룬 해였던 것 같다. Autechre와 Björk의 앨범들과 더불어 런던의 듀오 Plaid도 Warp Records를 통해 2집을 발표했다. 그들의 데뷔앨범인 ‘Mbuki, Mvuki’에서 선보였던 샘플링된 브레이크를 대체로 포기한 ‘Not For Threes’에서는 더비한 비트와 심지어 앞서 언급한 아이슬란드 가수의 보컬도 실컷 들을 수 있다. 특히 섬세한 테크노 컷 ‘Ol’을 주목할 만하다.



Portishead `Portishead`



커튼을 치고 불을 끈 뒤 이 앨범을 들어보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트립합 비트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은 보컬, 미묘하게 타닥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듣기에 이보다 좋은 음악이 있을까 싶다. 보컬리스트 Beth Gibbons이 11개의 트랙을 섬세하게 서술하며 껄렁한 기타리프와 (`Mourning Air`) 의기양양한 브라스 (`All Mine`),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스릴러에 걸맞은 신스(`Humming`)를 아우른다. Brit 수상후보에 오른 1994년 데뷔작 ‘Dummy’만큼 흥행하지는 않았으나 이 LP만의 세계에 빠져들만한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Radiohead `OK Computer`



Thom Yorke만큼 우울의 끝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Radiohead의 리더인 그는 ‘OK Computer’에서 가져온 네 개의 싱글 중 하나인 `No Surprises`에서 지나치게 음울한 분위기에 한껏 젖어 든다. 비관적인 가사가 아름다운 별빛 멜로디 위를 떠다니는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UK 앨범차트에서 1위를 달성하고 4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니 말이다.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의 나머지 세 싱글은 `Paranoid Android`와 `Karma Police`, `Lucky`다.



Roni Size / Reprazent `New Forms`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앨범으로, 브리스틀의 드럼엔베이스 아이콘 Roni Size와 Reprazent는 ‘New Forms’로 머큐리 음악상을 수상했다. d`n`b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이 장르가 그 날개를 어디까지 펼칠 수 있는지 보여준 재즈의 물결 속에서 헤엄치는 `Brown Paper Bag’의 유쾌한 기타 줄 소리를 들어봤을 것이다. 앨범 역시 날개를 달고 UK 앨범차트에서 8위를 달성했으나 그 어떤 스타일의 타협을 통한 것이 아니었다. Roni and co.는 `Digital`과 `Railing`, `Heroes` 등 사악한 매력의 비밥 트랙들을 만들어내며 한 해 전에 Talkin’ Loud를 통해 발표했던 ‘Reasons For Sharing’에 충실했다. `New Forms`, d`n`b 정글의 신선한 방향성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앨범에게 딱 맞는 타이틀이다.



Squarepusher `Hard Normal Daddy`



특이함은 Warp Records의 자랑이다. Squarepusher는 1996년에 `Port Rhombus` EP로 자신의 레이블 데뷔를 한 이후로도 꾸준히 특이한 작품을 발매해왔다. 그는 음반사를 위한 첫 앨범으로 1997년에 낸 후속작 `Hard Normal Daddy`에서 실험적인 정글의 과잉활동으로 반경을 넓혔다. 어느 Warp 앨범인들 마찬가지겠지만 이 앨범의 장르를 한 가지로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재즈와 정글의 향미가 분명하게 풍긴다. `Rustic Raver`와 `Vic Acid`의 에너지 덕분에 기분 낼 때 듣기에 안성맞춤이지만 `Papalon`를 통해 짤막한 여유도 주고 있다. 현실에서 벗어나 어른들을 위한 음악축제의 장으로 빠져들게 하는 앨범이다.



The Chemical Brothers `Dig Your Own Hole`



The Chemical Brothers의 데뷔앨범 ‘Exit Planet Dust’로 이 세상에 그들만의 브로큰 비트와 사이키델릭 신스의 독특한 조합을 선보였다. 그 후속작인 ‘Dig Your Own Hole’은 이 세상에 정면타를 날렸다. 치열하고 독창적인 ‘Block Rocking Beats’로 시작해서 트리피한 브릿팝 대작인 ‘The Private Psychadelic Reel’로 끝나는 이 앨범은 맹공을 펼치는 브레이크비트와 뒤틀린 카우보이 베이스라인의 걸작이다. Noel Gallagher와 Beth Orton이 참여한 이 앨범에서 다섯 개의 싱글이 나왔다.



The Orb `Orblivion`



The Orb를 에워싼 열광적인 반응은 그들이 4집 앨범 `Orblivion`을 낸 1997년에도 여전했다. 이렇게 트리피한 작품인 어떻게 요즘의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Orblivion’은 탑 20위 안에 들었으며 명랑한 키와 일렁이는 패드로 무장한 싱글 `Toxygene`는 4위를 달성했다. 매혹적인 ‘S.A.L.T’에서는 전반에 Mike Leigh의 1993년 영화 “Naked”의 인용구가 등장하고, `72`는 히피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 ‘Hair’를 샘플링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사이키델릭한 트랙은 ‘Bedouin’으로, 골치 아픈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고민 없이 선택할 만한 곡이다.



The Prodigy `The Fat Of The Land`



화가 머리 끝까지 날 때를 위한 앨범이다. `Smack My Bitch Up`의 사나운 오프닝부터 `Breathe`의 씹어먹을 듯한 기세, `Fuel My Fire`의 사슬톱 같은 리프까지 공격성으로 가득한 ‘The Fat Of The Land’는 레이브의 트리피한 요소와 아레나 크기의 락과 메탈의 야수 같은 힘을 뒤섞었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 조합은 전세계적으로 천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The Prodigy 뿐 아니라 XL Recordings에게도 크나 큰 성공을 안겨줬다. 이 앨범을 The Prodigy의 최고의 작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 논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 것이, `Smack My Bitch Up`은 당연하게도 전미여성기구(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로부터 여성혐오라는 항의를 들었으며 BBC Radio 1은 인스트루먼탈만 플레이하는 조치를 취했다. 구글에 트랙 타이틀을 입력하면 추천검색결과가 `Smack My Bits Up`이라고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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